배롱나무꽃은 한자로는 자미화(紫微花)다. 이름 그대로 붉은색 계열의 꽃이지만 가끔 흰색도 보인다. 흰배롱은 백미(白微)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여름에는 붉은색 자미가 어울리지만 흰배롱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탈속한 듯 고결한 품성이 전해오는 꽃이다. 서원이나 양반가의 정원에 오래된 배롱나무가 있는 걸 보면, 배롱나무는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예년 이맘이면 장마가 끝나고 땡볕이 내리쬘 때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배롱나무꽃이 더욱 뜨거워지는 시기지만, 올해 중부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비에 젖는 배롱나무꽃이 생기를 잃고 축 처져 있다. 장마 끝 기약은 아직 먼데, 이 긴 비가 지나면 병산서원의 배롱나무를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