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들깨를 수확하다

샌. 2020. 10. 27. 11:21

어머니의 농사 사랑은 아무리 말려도 안 된다. 지팡이를 짚고 가서라도 빈 밭을 놀리지 않으신다. 밭으로 가는 산길이 험해서 자식 입장에서는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올해는 뒷밭에 들깨 한 종류로만 놓으셨다. 300평 정도 되는데 수확은 엄두가 나지 않으셨는가 보다. 일주일 전에 여동생이 내려가서 들깨 베는 걸 도왔고, 털 때는 내가 내려갔다. 이틀 정도 예상했는데, 다행히 하루 만에 끝냈다. 다른 밭작물처럼 들깨도 올해는 수확이 시원찮았다.

경제적으로만 따진다면야 사서 먹는 게 더 이득이다. 그러나 어머니 입장은 다르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농사를 손에서 떼기도 힘들거니와, 길러서 자식 주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것이 당신이 생존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평생을 그렇게 사신 분이다. 만약 집안에만 계시라고 하면 병이 날 것이다. 생의 활력을 위해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본인이 주관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는 걸 잘 안. 다만 무리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루 일했다고 다음 날 일어나니 온몸이 뻐근하다. 나보다 훨씬 강도가 세게 일을 하셨던 어머니는 끄떡없다. 몸에 익음과 익지 않음의 차이일 것이다. 모자(母子) 함께 밭일하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때인 것을 아련히 생각한다. 과연 몇 해를 더 이런 경험 할 수 있을까. 

고향집을 떠나며 일부러 길을 돌았다. 소백산 마구령을 지나 단양의 영춘면과 가곡면을 지나는 드라이브 코스가 좋다. 깊은 산과 강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마구령을 지나는 935번 지방도는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꼬부랑 산길이다. 아직 이런 길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다. 마구령은 지금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보발재 단풍이 좋다길래 잠시 들렀다. 기상 조건이 받쳐줘야 제대로 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노모를 두고 떠나오는 길은 늘 쓸쓸하다. 가을 단풍도 마냥 화려한 눈요기는 아니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져야 할 삶의 짐이 있다. 우리 모두가 무너지지 말고 잘 이겨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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