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흔들리지 마

샌. 2020. 12. 20. 19:10

 

주말에 집에 찾아온 손주의 웃음소리를 뒤에 두고 뒷산에 올랐다. 낮에도 영하의 날씨였지만 산길은 따스하고 포근했다. 집에서 탈출하기는 힘들어도 산에 들면 기분이 환해진다. 이 좋은 길을 거의 한 달 만에 걷는다.

 

겨울옷은 주머니가 커서 좋다. 똑딱이 카메라는 주머니에 넣으면 딱 알맞다. 요사이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내던지고 휴대폰을 사용한다.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다 보니 굳이 다른 카메라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휴대폰 카메라에는 적응이 안 된다.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사진 찍는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밖에 나갈 때는 똑딱이라도 들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

 

"사진이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 주는 수단이다." 어느 사진가의 말이다. 사진은 얘깃거리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겠다. 수천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나에게 그런 사진이 과연 몇 장이나 될까. 세상에는 어렵지 않은 분야가 없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산길을 걸으며 '흔들리지 말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신 산길 사진은 일부러 흔들리게 찍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니 인간으로서 어찌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흔들리고 비틀거리니까 사람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흔들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는 길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말도 맞다. 산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 컴퓨터 앞에 앉으니 말장난 같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차가운 산바람을 자주 쐬어야겠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탄 구유와 무수리 선착장  (0) 2020.12.27
탄도항의 저녁  (0) 2020.12.23
첫눈(2020/12/13)  (0) 2020.12.13
코로나 겨울 속 경안천  (0) 2020.12.09
코로나 미사  (0) 2020.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