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코로나 겨울 속 경안천

샌. 2020. 12. 9. 19:49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으나 걸음걸이에는 활기가 없다. 공원을 걷긴 하지만 다들 마지못해 밖으로 끌려 나온 모습이다. 모두가 코로나 탓이다.

 

내 활동량도 코로나 전에 비해 거의 1/3로 줄었다. 덕분에 몸무게는 3kg이 늘어났다. 그나마 이만한 게 다행일 정도다. 이제 겨울이 왔으니 다른 해보다 더 깊은 겨울잠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경안천에 나갔다. 청석공원에서 상류 쪽으로 갔다가 오는 코스를 걸었다. 길섶에서 12월에 핀 민들레를 봤다. 요사이는 아침에는 영하 5도, 낮에는 영상 5도 내외의 날씨다. 싸늘하긴 하지만 해 나고 바람 불지 않으면 야외 활동하기에 괜찮다. 올해는 첫눈이 늦다.

 

 

 

 

청석공원은 산책로를 제외하고 전부 폐쇄되었다.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 없다. 분위기가 왠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손주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고 맨날 집에 갇혀 있다. 훗날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2020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제일 피해를 보는 건 애꿎은 아이들이다.

 

세상을 이 꼴로 만든 생각과 행태가 오히려 일상화되는 것 같다. 위기를 만나면 사람들은 더 동물적으로 변한다. 내 생존을선하는 본능을 어찌하겠는가. 세상은 점점 더 몹쓸 땅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왜 머스크가 화성 프로젝트를 줄기차게 추진하는지 멍청한 다수는 한참이 지나야 이해하게 될지 모른다.

 

 

 

예년처럼 공원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섰지만 누구 하나 눈길 돌리지 않고 썰렁하다.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가 트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광경이 흔했다. 2020년 겨울은 황량하다.

 

인간은 고단한 현재를 앞날의 희망으로 버티며 산다. 내년 4월이면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코로나가 끝나면 사람살이가 더 나아질까? 백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특정 계층만이 아닌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만 자꾸 복잡해진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셨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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