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코로나 미사

샌. 2020. 12. 4. 19:29

 

망부(亡父)의 41주기를 맞아 성당에서 연미사를 드리다. 그날도 이렇게 추웠을까. 사고를 당하시고 한밤이 지난 후 열 시간이 넘어서야 가족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가 무심코 받은 수화기 너머의 떨리는 목소리는 청천벽력이었다. 서둘러 고향에 내려갔을 때까지도 아버지는 그 자리에 누워 계셨다. 그 뒤로 40년이 넘는 세월은 많은 아픔의 흔적을 지웠다. 이제는 짧은 시간의 종교 형식 속에서 아버지를 추억할 뿐이다. 가끔 꿈에 어지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괴로웠는데, 언젠가 환히 웃는 모습을 보여주신 뒤로는 꿈에서도 뵐 수 없다. 아버지, 그 나라에서는 편히 쉬십시요~

 

코로나 때문에 미사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드문드문 앉도록 지정 자리가 있고, 마스크는 당연히 필수다. 성가도 부르지 않는다. 신부님 강론도 짧다. 보통 50분 걸리는 미사가 30분에 끝났다. 아는 사람이 있어도 가까이 가지 않고 미소 인사로 대신한다. 나 같은 날라리 신자에게는 오히려 이런 간결한 분위기가 좋다. 어쨌든 코로나의 힘이 세긴 센가다. 신부나 수녀, 심지어는 교황까지 마스크를 안 쓸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바람을 쐬기 위해 남한산성을 한 바퀴 드라이브 하고, 조용한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을 걸었다.

 

 

유명 음식점 주차장에는 차가 가득했지만 지나쳤다. 집에 와서 만들어 먹는 김치전과 막걸리 한 잔이 맛났다. 감기 지나가고 오랜만에 맛보는 알코올이어선지 침대에 누웠다가 그대로 낮잠에 빠졌다. 그동안에 세탁기가 다 돌아갔던 모양이다 "빨래가 다 되었네." 아내의 부르는 소리에 스르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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