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물빛버즘(221206)

샌. 2022. 12. 6. 18:39

 

우리가 나무에 시선을 줄 때 내 마음/감정을 이입한 상태에서 바라본다. 행복한 사람이 보는 나무와 불행한 사람이 보는 나무는 같은 나무더라도 같지 않다. 목수는 재목감이 될 것이냐는 관점에서 볼 것이고, 바람이 스치며 소리를 내는 나무를 음유시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새들이라면 나무를 자신들의 놀이터라 여길지 모른다. 이렇듯 생물의 개체에 따라 같은 나무더라도 수만, 수십만 가지의 나무가 존재한다. 나무는 오직 나무일뿐인데 말이다. 

 

눈이 살짝 내린 초겨울 오전에 물빛버즘과 마주했다. 오늘 물빛버즘은 겨울에 맞서는 결연한 의지로 서 있었다. 북풍한설아, 올 테면 오라고 버티고 선 모습이 당당했다. 반면에 나는 나무 앞에서 자꾸만 초라해졌다. 작은 외풍에도 꺾여서 시들어가는 유약함이라니, 좀 더 담대하게 살아야겠다. 어느 정도까지는 뻔뻔해지는 것도 괜찮으리라. 시야를 멀리 두고 의연히 살자고 물빛버즘 앞에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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