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지나며 느티나무 주위를 어슬렁대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요사이 시골 풍경이다. 특히 겨울에는 전부 집에서 테레비만 벗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아무리 추워도 동네 골목과 얼음이 언 논에는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적막강산이 되어 버렸다. 이 마을에서나 저 마을에서나 몰락의 징후를 읽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진통이 아닌가도 여겨진다.
단촌리 느티나무는 고향에 있는 천연기념물 나무다. 700년의 세월 동안 인간의 흥망성쇄를 지켜보고 있다. 이 거목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다. 인간의 얄팍한 헤아림부터 벗어놓아야 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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