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6호 태풍인 카눈(Khanun)이 한반도에 진입한 후 오늘 새벽 평양 부근에서 소멸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에는 강도가 약해져서 피해가 크지 않았다. 카눈은 여느 태풍과 달리 두 번이나 급격하게 진로를 변경한 점이 특이했다. 요사이 당구에 관심이 있어선지 카눈의 경로를 보면서 당구의 투 쿠션이 연상되었다.
카눈은 7월 28일에 발생하여 북서진하다가 8월 4일에 대만 부근에서 티베트기단에 가로막혀 300도가 넘는 방향 전환을 했다. 동쪽으로 향하던 카눈은 8월 7일에 북태평양기단에 부딪쳐 90도로 꺾이면서 우리나라로 향하게 되었다. 심하게 회전을 하면서 충돌하는 당구공의 경로와 유사해서 흥미로웠다. 주고받는 힘 관계를 물리적으로 설명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또한 카눈은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14일 3시간 동안 활동했다. 보통 태풍 수명이 일주일 정도인데 비하면 매우 장수한 태풍이다. 그만큼 속도가 느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마지막에는 동력을 상실하고 한반도 안에서 열대저기압으로 변하면서 생을 마쳤다. 한반도에 머문 시간은 21시간이었다.
마침 새만금에서 세계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중이었는데 카눈 때문에 대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대피하면서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태풍이 오기 전에는 폭염이 덮친데다 준비 소홀이 겹쳐 결국 뒷말 많은 대회가 되었다. 근래 들어 안팎이 시끄러우면서 나라가 어수선하다. 지구 온난화로 생기는 영향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 더 자주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