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여름방학

샌. 2010. 7. 16. 09:04

아이들만큼이나 기다린 여름방학이었다. 참 멀리 있는 듯 했는데 어느새 곁으로 다가왔다. 기쁘다. 솔직히 말하면 학창 시절 때 맞았던 방학보다도 어른이 되어서 맞는 방학이 훨씬 더 기쁘고 행복하다. 무엇이 되려는 욕심이 없으니 해야 할 일도 없고, 구태여 무엇을 하려는 계획도 없다. 내 즐거움이란 그저 할 일 없음을 즐기는 것이다. 아무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텅 빈 시간이 나는 좋다. 우선은 책 몇 권 챙겨서 고향에 내려간다. 아침이나 저녁에는 어머니 따라 밭에 나가 밭일을 돕고 나머지는 게으른 나무늘보가 되고 싶다.


오늘따라 아이들 목소리가 유난히 밝고 명랑하다. 아이들도 한시 빨리 학교를 벗어나고플 것이다. 비록 갈 곳이 없더라도 일상을 벗어난다는 해방감은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러나 요사이 아이들은 너무 불쌍하다. 우리가 클 때도 입시가 있었고 경쟁이 있었지만 시험 전 끝 학년에서나 반짝 공부했지 나머지는 사실 논 시간이 더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산으로 강으로 뛰어다닌 기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벌써 대입 준비를 해야 된단다. 방과 후에도 다녀야 할 학원이 서너 개씩은 된다니 아이들이 제 정신으로 자라길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오늘, 아이들은 웃고 재잘거리며 하늘 끝까지 뛰어오를 듯 경쾌하다. 이때의 아이들 표정은 꽃을 닮고 하늘을 닮았다. 진실로 소중한 것은 무엇이며, 진실로 살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고민거리는 잠시 잊자. 나도 오늘부터는 즐거운 방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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