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연애와 사랑

샌. 2010. 8. 5. 09:37

사랑의 스펙트럼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랑이라는 말 속에는 그만큼 다중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그래서 연애와 사랑은 그 뉘앙스가 다르다. 연애 감정도 사랑의 일부이지만 둘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연애는 남녀 사이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감정이다. 연애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생물적 현상인 것이다. 종족을 번식시키라는 유전자의 명령이 이성에 대한 연애 감정으로 나타난다. 불현듯 상대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연애의 열병은 시작된다.


연애의 특징은 상대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이다. 연애는 그 사람을 내가 독점해야 한다는 욕망이다. 그러므로 연애는 고통을 수반한다. 항상 보지 못한다는 괴로움, 다른 사람에게 앗길 것 같은 두려움과 질투가 혼재하는 것이 연애다. 만약 이런 괴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연애에 빠진 것이 아니다.


연애에 빠지면 객관적인 판단력이 마비된다. 상대의 흠과 결점조차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옛말로는 눈에 콩깍지가 끼었다고 한다. 곰보 자국도 보조개로 보이는 것이다. 이것을 스탕달은 연애의 결정 작용이라고 했다. 즉, 연애 단계에서는 진정한 상대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가 연애하는 대상은 자신이 상상하고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보통은 이 연애 단계를 열정적인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연애는 사랑의 시초에 불과하다. 사랑은 결혼과 함께 시작된다. 상대에 대해 실망하게 되면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연애 감정은 식었지만 제대로 상대방을 보면서 사랑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단계다. 연애는 아무에게나 아무 노력 없이도 찾아올 수 있지만 사랑은 의지의 작용이다. 보조개가 아니라 곰보 자국이라는 것을 알아채지만 그럼에도 껴안아 주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 세상에 많은 부부들이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하는 짝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연애 단계의 소유욕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있다. 또, 상대에 대한 의존도를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이란 함께 있지만 홀로 서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 또한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랑이란 ‘나’를 고집하지 않는다. 또한 사랑이란 각자의 리듬에 따라 성장해 나가는 걸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다.


사랑의 최고 단계는 아가페라고 하는 신적인 사랑이다. 아가페의 속성이 노자 도덕경에 이렇게 적혀 있다.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天地不仁].’ 역설적으로 어질지 않음이 가장 큰 어짊이며 최고의 사랑이다. 사랑은 이것이 사랑이라고 내세우지 않는다. 사람은 연애에서 시작하여 점차 사랑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노력과 자기희생 없이는 사랑을 맞이할 수 없다. 연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사랑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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