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우파와 좌파

샌. 2010. 7. 13. 10:47

일부 사람들이 과거의 노무현과 김대중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고 부를 때는 어이가 없다. 심지어는 대북 지원 정책을 문제 삼고는 빨갱이 정권으로 부르기도 한다. 내가 볼 때 노무현이나 김대중 정권은 우파로 분류해야 맞다. 일부 이념이 진보적이긴 하지만 한미 FTA를 체결한 것이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하는 등 그들이 추구한 정책이 지금의 자본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공고히 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좌파나 우파, 진보나 보수라는 구분이 말하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뒤죽박죽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념 정리나 통일된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를 하더라도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기 어렵다. 어느 분의 글에서 본 것인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하여 사람들이 가지는 네 가지의 사회적 태도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각각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민주의, 사회주의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보수주의는 자본주의 체제를 신봉하는 태도로 한나라당 정책이 보수주의에 가깝다. 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하되 시민의 상식은 유지하려는 태도로 민주당 정책이 자유주의에 가깝다. 사민주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되 체제 안에서 개선하려는 태도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이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체제 자체를 변혁시키려는 태도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의 형태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를 우파, 반대하는 사민주의와 사회주의를 좌파라고 하는 게 맞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우파는 능력에 상응하게 이익이 보장되도록 하자는 입장이며, 좌파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공평한 사회를 이루자는 입장이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는 사회 질서에 대한 상대적인 입장에 의해 구분된다. 보수는 현재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말하고, 진보는 현재의 질서를 바꾸려는 성향을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우파는 보수, 좌파는 진보라고 불러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초기에는 우파가 진보인 때도 있었을 것이다.


정리하면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민주의, 사회주의 중의 어딘가에 해당될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인물이 아니라 정책을 보고 투표한 사람은 쉽게 구분이 될 것 같다. 한나라당 정책을 지지했으면 보수주의, 민주당을 지지했으면 자유주의,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을 지지했으면 사민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대체로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는 우파라고 하고, 사민주의는 좌파라고 한다. 진보와 보수는 또 다른 개념으로 구분이 좀 애매한데 민주당에서도 개혁파는 진보적 성향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네 가지 정치적 입장으로 분류하는 것은 좋지만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민주의, 사회주의라는 명칭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자라고 할 때 앞에 적었던 그런 개념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나는 정당 투표를 할 때는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에 표를 찍는다. 그러나 지난 6.2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기 위해 차선책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현실 선거에서는 사표 논리 때문에 타협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투표 성향이나 삶의 태도를 볼 때 나는 진보적 성향이 강한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또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우파보다는 좌파 경향의 사람들이 훨씬 더 교감이 잘 되고 자리가 편하다.


몇 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합을 제의했었는데 논리적으로 옳은 주장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한나라당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책 중심의 정계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이 우파연합을 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재야와 민주당 일부 세력이 모여 좌파연합을 하는 게 바르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우파와 좌파의 양당 체제로 가면서 좌우 대결을 펼치는 게 정치 발전이고 나라를 위해서도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보다는 유럽식 정치 형태에 가까워지면서 나라에 좀 더 균형이 찾아질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좌파라는 용어를 남발하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개 극우파다. 그런데 본래 뜻의 좌파는 한국사회에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당원 쯤 되어야 들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나머지는 대개 진보적 성향의 우파들이다. 같은 우파들이지만 극우파가 보기엔 마음에 차지 않으니까 좌파라고 부르며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좌파라고 하면 무의식중에 빨갱이를 연상한다. 극우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용어가 없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건전한 우파와 건전한 좌파다. 그런 면에서 아직 한국사회는 우파들이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좌파가 너무 미약하다. 좌파가 집권한 적이 한 번도 없을 뿐 아니라 당분간은 그럴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새들이 비슷한 좌우 두 날개로 날듯이 우파와 좌파가 서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존해야 국가도 아름다운 비행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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