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꼴통

샌. 2010. 6. 24. 10:04

최근에 있었던 일이라며 벗이 이런 얘기를 해 주었다. 사무실에 있는 동료 중에 하나가 천안함 침몰 뒤의 논란에 대해 흥분해서 이렇게 말하더란다. “만약 나중에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면 그걸 의심했던 사람들은 내가 전부 총살시킬 거야!” 그는 소위 수구꼴통으로 알려져 별 대화가 없었던 사람인 모양이다. 벗이 너무 기가 막혀 그때는 참지 못하고, “그럼 나부터 먼저 쏴 죽이세요!”라고 대꾸해 주었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으며 보통의 보수와 수구꼴통이 어떻게 다른지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수구꼴통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상대에 대해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박멸되어야 할 기생충 정도로 보는 것 같다.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무신론자나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사탄의 자식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지 않다면 동료를 빗대 “총살시켜 버리겠다.”고 협박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꼴통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머리가 나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첨부하면 무식하되 자신이 무식한 줄을 모르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리면 현인과 꼴통의 차이는 자신이 무식하다는 것을 인정하느냐 않느냐의 차이다. 아는 게 없다는 걸 인정하면 사람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꼴통은 그렇지 못하니 용감무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꼴통은 자기중심적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지만 꼴통은 그 극단에 있다. 꼴통은 자신만이 진리를 독점한 듯 행동한다. 자신은 늘 옳고, 다른 사람은 잘못되었다. 세상이 엉망인 것은 전부 남의 탓이다. 나라가 이 꼴인 것은 정치가 썩은 탓이고, 수준에 미달한 국민의식 탓이다. 그들은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어둠을 없애면 빛의 세상이 되는 줄 안다. 그래서 꼴통은 분노를 잘 하고 투쟁적이다. 벗이 들었다는 그 섬뜩한 말도 꼴통의 두뇌회로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꼴통은 자신이 꼴통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는데 오직 자신만 모른다.


보수 쪽에만 꼴통이 있는 건 아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 중에도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흥분하면서 싸움부터 거는 사람이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은 용납하지 못한다. 자신이 무슨 독립군이나 되는 줄 착각한다. 그런 사람은 좌빨꼴통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사람이 어떤 관점을 가지든 간에 절대 지켜야 할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상대의 인격에 대한 존중이며 다른 생명들과 공존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세상을 살면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어찌 없겠는가. 때로는 타인을 욕하거나 비판할 때도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할 것은 있다.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반성되는 바가 없지 않다.


나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란다. 보수도 좋고 진보도 좋다. 다만 서로가 상대방을 배척하지 않는 건강한 보수, 건강한 진보였으면 좋겠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관용의 정신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갈등이 존재하지만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도록 파괴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꼴통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니 소통이 안 된다. 자기만이 옳다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독단에 빠져있다. 다름은 다양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다름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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