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9 2

당연한 일은 없다

기억할 때마다 낯 부끄러워지는 옛날 일이 하나 있다. 외할머니가 살림을 맡으시고 동생과 함께 서울에 살 때였다. 부모님은 힘들게 농사를 지으시며 생활비와 학비를 보내주셨다.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외할머니가 시골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은공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날은 왠지 심사가 삐딱했었던 것 같다. 나는 불쑥 내뱉고 말았다. "자식 위해 고생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어요. 당연한 일 가지고." 아차, 싶었다.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이었다. 외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셨다. 그렇다면 저 놈이 내 고마움도 모를 터가 분명하다는 표정이었다. 외할머니가 이 말을 부모님한테 전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부모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뒤로 '당연하다'는 말은 내 금기어가 되었다. 어쩌다 습관적으로 ..

참살이의꿈 202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