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6 2

물빛버즘(221206)

우리가 나무에 시선을 줄 때 내 마음/감정을 이입한 상태에서 바라본다. 행복한 사람이 보는 나무와 불행한 사람이 보는 나무는 같은 나무더라도 같지 않다. 목수는 재목감이 될 것이냐는 관점에서 볼 것이고, 바람이 스치며 소리를 내는 나무를 음유시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새들이라면 나무를 자신들의 놀이터라 여길지 모른다. 이렇듯 생물의 개체에 따라 같은 나무더라도 수만, 수십만 가지의 나무가 존재한다. 나무는 오직 나무일뿐인데 말이다. 눈이 살짝 내린 초겨울 오전에 물빛버즘과 마주했다. 오늘 물빛버즘은 겨울에 맞서는 결연한 의지로 서 있었다. 북풍한설아, 올 테면 오라고 버티고 선 모습이 당당했다. 반면에 나는 나무 앞에서 자꾸만 초라해졌다. 작은 외풍에도 꺾여서 시들어가는 유약함이라니, 좀 더 담..

천년의나무 2022.12.06

눈 내린 아침

올겨울 들어 첫눈은 지난 3일에 내렸다. 새벽에 살짝 내린 터라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눈 온 흔적만 보였다. 오늘 아침에는 나붓나붓 흔들리며 내리는 제대로 된 모양의 눈이 왔다. 이 역시 양이 많지는 않고 땅을 간신히 가리는 정도였다. 베란다 창 밖에는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 모습이 앙증맞게 귀엽다. 엄마나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 아침에는 다들 중무장을 했다. 아내가 전주에 가야 할 일이 생겨서 같이 나가는데 이것도 눈이라고 도로가 막혀서 예매한 버스를 놓쳐버렸다. 두 시간 뒤의 버스를 다시 예매하고 시간 여유가 생겨 물빛공원을 걷고 드라이브까지 하게 되었다.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 아닌가. 뜻대로 안 된다고 짜증을 낸들 어쩌겠는가. 혹 더 좋은 일이 생길 수..

사진속일상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