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리에 예민하다. 주변이 소란한 걸 견디지 못한다. 시끌벅적한 자리에는 아예 나가질 않는다. 데시벨이 높지 않더라도 신경이 쓰이는 특정 소리에 사로잡히면 안절부절못한다. 가장 괴로운 것이 한밤중의 층간소음이다. 윗집에는 야행성 가족이 산다. 밤 11시에서 2시까지가 제일 분주하다. 문을 쾅 닫는 소리부터 달그락거리는 소리까지 다양한 생활 소음이 들린다. 잠이 깨인 날이면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쓰여서 올빼미 가족이 잠잠해질 때까지 애를 태워야 한다. 같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지만 아내는 덤덤한 편이다. "오늘은 좀 심하네"라고 반응하는 정도다. 내가 유별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 윗집 탓만 할 수도 없다. 희한한 것은 아내는 아날로그시계에서 생기는 초침 소리에 힘들어한다. 고향에 내려가서 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