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사지 3

겨울 설봉공원과 고달사지

지인을 만나러 이천에 내려가서 함께 설봉공원을 찾았다. 설봉호 둘레를 따라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두 바퀴 돌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에 내린 눈이 은세계를 만들었지만 걷는 길은 눈이 잘 치워져 있었다. "어느 멋진 날, 눈부시게 빛나는", 겨울날이었다. 밤골 앞을 지나가며 잠시 차를 세웠다. 이제서야 이렇게라도 바라볼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고달사지에 들렀다. 눈 위에 우리가 첫 발자국을 남겼다. 고달사는 신라 경덕왕 23년(764년)에 지어진 절이다. 쨍한 겨울 햇살을 맞으며 고달사지를 한 바퀴 돌았다. 400년 된 고달사지 입구의 느티나무는 마치 죽은 듯 앙상했다. 그러나 곧 봄이 오고 있음을 나무는 온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맑은 겨울 속의 짧은 나들이길이었다.

사진속일상 2021.02.06

고달사지 느티나무

폐사지에 서 있는 한 그루 고목만큼 흥망성쇠의 허무함을 말해 주는 것도 없다. 성(盛)하면 쇠(衰)하고 차면 기우는 진리에서 나무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폐허로 변한 유적지에 우뚝 서 있는 고목은 인간사의 무상함을 말없는 말로 전해준다. 여주 고달사지 입구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이가 400 년이 되었다니까 고달사가 폐사된 경위를 이 나무는 알고 있을지 모른다. 전에는 이 주위에 마을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사하촌의 당산나무였을 수도 있다. 사연이야 어찌 되었든복구를 끝낸 허허벌판 절터에서 이 느티나무는 단연 돋보인다. 고달사지 느티나무는 곱고 단아하게 생겼다. 가까이서보다는 멀리서 볼 때 더욱 그렇다. 곱게 늙어가는 참한 여인네가 연상된다. 이 느티나무의 높이는 18 m이고, 줄기 둘레는 4...

천년의나무 2009.05.07

복사꽃을 보러 백족산에 가다

복사꽃을 보러 장호원 백족산에 찾아갔다. 서울에서 1 시간 30 분 거리에 있는 장호원은 복숭아 산지로 유명한데 전부터 이곳의 복사꽃을 보고 싶었다. 산등성이를 따라 피어 있는 연분홍 꽃밭은 머리 속으로만 그려오던 상상이 풍경화였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이란 말이 있듯 복사꽃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한 복사꽃의 연분홍 색깔은 고혹적이면서 육감적이다. 복사꽃은 에로스에 어울리는 꽃이다. 그러나 애써 찾아간 날은 이미 절정이 때를 지나 가빴던 호흡이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던 꽃을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또한 내년을 기다리는 설레임이고 즐거움일 수 있다. 백족산(白足山)에서는 장호원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백족산은 장호원에 인접한 ..

꽃들의향기 2009.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