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것이 귀하다. 그대들이 잡초라고 깔보는 풀들을 뜯어 오늘도 풋풋한 자연의 성찬을 즐겼느니. 흔치 않은 걸 귀하게 여기는 그대들은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숱한 맛집을 순례하듯 찾아다니지만, 나는 논 밭두렁이나 길가에 핀 흔하디흔한 풀들을 뜯어 거룩한 한 끼 식사를 해결했느니. 신이 값없는 선물로 준 풀들을 뜯어 밥에 비벼 꼭꼭 씹어 먹었느니. 흔치 않은 걸 귀하게 여기는 그대들이 개망초 민들레 질경이 돌미나리 쇠비름 토끼풀 돌콩 왕고들빼기 우슬초 비름나물 등 그 흔한 맛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너무 흔해서 사람들 발에 마구 짓밟힌 초록의 혼들, 하지만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 바람결에 하늘하늘 흔들리나니, 그렇게 흔들리는 풋풋한 것들을 내 몸에 모시며 나 또한 싱싱한 초록으로 지구 위에 나부끼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