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4

동네 사람 먼 데 사람 / 이안

뒷산 두릅밭 지나가면서 어린 순 몇 개는 살려두었다 내년 봄이 가까운 동네 사람들 뒷산 두릅밭 지나가면서 우둠지까지 싹뚝싹뚝 잘라서 갔다 내년 봄이 아득한 먼 데 사람들 - 동네 사람 먼 데 사람 / 이안 지구 마을에서 우리는 동네 사람으로 사는 걸까, 먼 데 사람으로 사는 걸까.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을 외면하는 바보들....

시읽는기쁨 2015.04.06

내가 바라는 세상

나는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기보다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자랑하기보다는 좀 못 살더라도 계층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서로 도와주고 아껴주는 정신적으로 풍요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이(利)를 쫓기보다는 의(義)를 먼저 구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몇 년째 그칠 줄 모르는 부동산 광풍을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모두가 돈 앞에서는 천박하고 저열해지는 것 같다.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마찬가지다. 국민대부분이 투기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일말의 수치심이나 양심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의식주는생활의 기본일진대 이것은 인간으로서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이다. 제발 다른 사람의 몫을 뺏아 자..

길위의단상 2005.06.18

갈대 / 마종기

바람 센 도로변이나 먼 강변에 사는 생각 없는 갈대들은 왜 키가 같을까. 몇 개만 키가 크면 바람에 머리 잘려나가고 몇 개만 작으면 햇살이 없어 말라버리고 죽는 것 쉽게 전염되는 것까지 알고 있는지, 서로 머리 맞대고 같이 자라는 갈대. 긴 갈대는 겸손하게 머리 자주 숙이고 부자도 가난뱅이도 같은 박자로 춤을 춘다. 항간의 나쁜 소문이야 허리 속에 감추고 동서남북 친구들과 같은 키로 키들거리며 서로 잡아주면서 같이 자는 갈대밭, 아, 갈대밭, 같이 늙고 싶은 상쾌한 잔치판. 산등성이의 나무들도그러하다. 고르게 키를 맞추며 자라는 모습이 꼭 전지를 해 놓은 것 같아 신기하게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들은 함께 살아나가는 지혜를 절로 터득하고 있는 셈이다. 그네들 세계에도 경쟁..

시읽는기쁨 2004.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