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야장 16

논어[74]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거다." 子曰 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 公冶長 16 '호학(好學)'을 우리말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학문을 좋아함'이나 '배우기를 좋아함'이라고 하면 뭔가 미흡하다. 호학에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공자가 호학하는 사람을 자신과 안회로만 제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호학은 행(行)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첫머리에서 '學而時習之'라고 했을 때, '학(學)'과 '습(習)'이 나누어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천되지 않는 배움은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배운 그대로를 생활로 옮기는 태도야말로 호학의 기본 정신이다.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이나 고시촌 풍경을 호..

삶의나침반 2014.03.14

논어[73]

안연과 계로가 선생님을 모시고 있을 때,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희들 소원을 한 번 말해 보련?" 자로가 말했다. "수레나 망아지나 예복이나 가벼운 가죽옷들을 친구들과 한께 쓰다가 부수어지더라도 나는 서운할 것 없습니다." 안연이 말했다. "잘한 것을 내세우고 싶지도 않고, 남에게 수고를 끼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늙은이를 편안하게 해 주고, 친구들과는 신의로 맺고, 어린이들이 따르도록 하련다." 顔淵季路侍 子曰 합各言爾志 子路曰 願車馬衣輕구 與朋友共 폐之而無憾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子路曰 願聞子之志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 公冶長 15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가 정겹다. 따스한 봄날에 소풍이라도 나가서 담소하는 분위기..

삶의나침반 2014.03.09

논어[72]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을 꾸며대며 얌전한 체 굽실굽실하는 짓을 좌구명은 수치로 여겼다. 나도 수치로 여긴다. 원한을 품은 채 친구인 체하는 짓을 좌구명은 수치로 여겼다. 나도 수치로 여긴다." 子曰 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匿怨而友其人 左丘明恥之 丘亦恥之 - 公冶長 14 꾸미거나 위선을 떠는 삶을 공자는 싫어했다. 정직한 사람이란 겉과 속이 일치한다. 없으면서 있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싫으면서 좋은 척하는 행동은 자신을 과시하거나 또는 아부해서 이득이나 대가를 바랄 때 하는 짓이다.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사람됨의 바탕이다. 에 여러 번 나오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은 아첨과 가식을 가리키는 대명사다. 이어서 나오는 '주공(足恭)'은 과공(過恭)과..

삶의나침반 2014.03.03

논어[71]

선생님 말씀하시다. "누가 미생더러 정직하다 하는고. 어느 사람이 식초를 얻으러 온즉 이웃에서 빌려다가 주었는데...."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隣而與之 - 公冶長 13 미생(微生, 尾生)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고등학교 윤리 시간이었다. 미생이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되어도 애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강물은 점점 불어났다. 미생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각을 붙잡고 끝까지 버텼다. 그러나 머리까지 차오른 강물에 결국은 익사하고 말았다. 약속은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한다는 교훈으로 윤리 선생님은 미생 이야기를 하신 것 같다. 당시의 어린 마음에 미생 일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도 아마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4.02.26

논어[70]

선생님이 진나라에서 말씀하시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우리네 젊은이들은 미칠 듯 날뛰며, 멋대로 고집도 부리고, 아롱이 다롱이 문채는 빛나지만, 아직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지 않느냐." 子在陳曰 歸與歸與 吾黨之小子 狂簡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 公冶長 12 공자가 각국을 유랑하는 동안 진나라를 여러 차례 들렀는데 마지막으로 있었던 때가 기원전 490년 부근이었다. 주유천하의 막바지로 공자 나이는 60세가 넘었다. 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미련을 접고, 고국 노나라로 돌아가 젊은이들을 가르치려고 결심을 했던 시기였다. 그때 공자의 마음이 이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공자의 말에는 일말의 회한도 들어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다짐이 강하게 읽힌다. 어찌 보면 종교적 소명 의식과 비슷하다. 마치 목자..

삶의나침반 2014.02.20

논어[69]

계문자는 세 번 곱씹어 생각한 뒤라야 실행에 옮긴다. 선생님이 이를 듣고 말씀하시다. "두 번도 좋지!" 季文子 三思而後行 子聞之曰 再斯可矣 - 公冶長 11 계문자는 지나치게 신중한 제자였던 것 같다. 너무 생각이 많으면 결단성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해지기 쉽다. 아마 자로였다면 세 번의 세 번이라도 곱씹어 생각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공자는 각 제자의 기질이나 근기에 맞게 가르침을 준다. 불교에서는 방편(方便)이라고 한다. 이를 무시하고 말에만 매달리면 그때부터 미혹이 시작된다. 대표적인 게 문자주의 입장에서 성경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인들이 남긴 말이나 글 자체가 진리는 아니다. 주인은 달을 가리키는데 개는 엉뚱한 데를 쳐다보고 짖어댄다.

삶의나침반 2014.02.14

논어[68]

자로는 전에 들었던 일을 실행하지 못했을 때는, 더 듣게 될까봐 두려워하였다. 子路 有聞未之能行 唯恐有聞 - 公冶長 10 행동파인 자로답다. 들었지만 실행하지 않아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사람에 비하면 자로는 몇 단계 위의 사람이다. 이 글을 보면 자로는 들은 건 꼭 실천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자로는 행(行)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심사숙고하느라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고, 자로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다. 옳은 일에 앞장서는 건 용기 있는 행위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맹목적이 되기 쉽다. 성찰이 따르지 않는 행동은 돈키호테식 '돌격 앞으로'가 될 위험이 있다. 군자는 지(知)와 행(行)이 균형을 이루는 사람이다.

삶의나침반 2014.02.05

논어[67]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옛 글을 강론하시는 것은 언제나 들을 수 있지만, 인성이니 천도니 하는 따위는 좀처럼 들을 수가 없다." 子貢曰 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 公冶長 9 임어당은 에서 각 나라의 국민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재미있는 수식을 소개하고 있다. 현실주의(Reality)는 R, 이상주의(Dream)는 D, 감수성(Sensibility)은 S, 유머(Humor)는 H로 나타내고, 각각을 화학기호처럼 1부터 4까지의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은 R3D2S2H1, 프랑스는 R2D3S3H3, 미국은 R3D3S2H2, 독일은 R3D4S1H2, 일본은 R2D3S1H1 로 평가했다. 독일인은 감수성이 부족한 이상주의자이고, 일본인은 감수성이나 유머 감각에서..

삶의나침반 2014.01.30

논어[66]

자공이 말했다. "나는 남에게서 당하기 싫은 일은 나도 남에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너도 하기 어려운 일이야!" 子貢曰 我不欲 人之加諸我也 吾亦欲無加諸人 子曰 賜也 非爾所及也 - 公冶長 8 아마 자공이 어떤 사람에게서 부당한 일을 당한 모양이다. 자신은 남에게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스승에게 말한다. 이때 공자의 대답은 분명하다. "사야, 그건 너도 어려운 일이야!" 남에게서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 모든 윤리와 종교의 핵심이다. 인류의 스승들은 하나같이 이 황금률을 강조했다. 예수는 좀 더 능동적으로 말했다.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해 주기 바라는 것을 그대로 그들에게 해 주시오. 이것이 율법과 예언자들의 정신입니다."(마태..

삶의나침반 2014.01.25

논어[65]

재여가 낮잠을 잔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썩은 나무는 새길 수가 없고, 썩은 흙담장은 흙손질할 수 없다. 재여 같은 애는 꾸짖기도 싫다." 다시 이어서, 선생님 말씀하시다. "전에 나는 남의 말을 들으면 그대로 믿었는데, 이제 나는 남을 말을 듣고도 그 행동을 보아야 하겠다. 재여 때문에 이렇게 달라진 거야!" 宰予 晝寢 子曰 朽木不可彫也 糞土之墻不可오也 於予與何誅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改是 - 公冶長 7 이렇게 심한 꾸지람이라면 단순한 낮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지켜보고 쌓인 게 있으니까 낮잠 자는 모습으로 인해 화가 폭발한 게 틀림없다. 꾸짖기도 싫다는 건 완전히 포기했다는 말이다. 더구나 남의 말을 그대로 믿지 못하게 된 건 오로지 재여 때문이라고 한..

삶의나침반 2014.01.20

논어[64]

선생님이 자공에게 말씀하시다. "너와 회와 누가 더 나을까?"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회를 당하리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압니다.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구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만 못하지. 나나 너나 그만 못하지!" 子謂子貢曰 女與回也 孰愈 對曰 賜也 何敢望回 回也 聞一以知十 賜也 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 吾與女弗如也 - 公冶長 6 스승의 짓궂은 질문이다. 안회가 가장 뛰어난 제자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자공에게 다시금 확인시킨다. 자공은 공손하게 대답한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자신은 둘만 안다고 말한다. 겸손한 것 같지만 뭔가 가시가 들어 있는 듯하다. 하나를 들으면 하나를 알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게 보통이지 않은가. 그런데 자공은 스스로 ..

삶의나침반 2014.01.14

논어[63]

맹무백이 물었다. "자로는 사람답게 되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모르겠는데요." 다시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제후국의 국방장관쯤 됨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염구는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구는 도지사나 국장쯤 됨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은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예복을 갖추고 외국 사신쯤 접대함직하지만,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孟武伯問 子路仁乎 子曰 不知也 又問 子曰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求也何如 子曰 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可使爲之宰也 不知其仁也 赤也何如 子曰 赤也 束帶立於朝 可使與賓客言也 不知其仁也 - 公冶長 5 '사람됨[仁]'에 대한 공자의 잣대는 무척 엄격하다. 노나라 대부인 맹무백..

삶의나침반 2014.01.08

논어[62]

선생님 말씀하시다. "갈 길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 나를 따라올 자는 아마 유일 거야!" 자로가 이 말을 듣고 벙실벙실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는 나보다 용기가 있지. 머뭇머뭇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다." 子曰 道不行 乘부浮于海 從我者其由與 子路聞之喜 子曰 由也 好勇過我 無所取材 - 公冶長 4 이 대목에서는 세상에 대한 공자의 실망이 절실히 느껴진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배를 타고 멀리 벗어나고 싶어했을까? '도불행(道不行)'의 세상에 대한 한탄이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공자는 도피나 은둔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뛰어들어 그가 꿈꾼 이상을 펼쳐보려 애썼다. 도가 학파와 대비되는 점이다. 공자도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3.12.27

논어[61]

선생님이 칠조개를 벼슬 살게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저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선생님이 기뻐하였다. 子使 漆雕開仕 對曰 吾斯之未能信 子說 - 公冶長 3 칠조개에게 벼슬자리를 주었더니 칠조개는 자신이 없다며 사양한다. 이를 보고 공자가 기뻐했다는 기록이다. 앞 절과 합쳐서 보면 공자가 칭찬하는 사람 윤곽이 나온다. 과묵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비단 공자만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이런 사람은 신뢰를 받는다. 큰 인물이라면 마땅히 이런 인품을 갖춰야 한다. 스승으로부터 좋은 직장을 소개받았는데, 감당할 능력이 안된다며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인품이라면 공자도 기뻐했을 게 틀림없다. 공자는 사람됨을 보기 때문이다.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잘 꾸며 상품성을 높여야 하는 현대에서 칠조개 같은 사람은 버텨내기 힘들 ..

삶의나침반 2013.12.23

논어[60]

어느 사람이 말했다. "옹은 사람답기는 하지만 무뚝뚝합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재잘거려서야 됩니까! 입술에 붙은 말로 지껄이면 미움받기 꼭 알맞지요. 사람답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재잘거려서야 됩니까!" 或曰 雍也 仁而不녕 子曰 焉用녕 禦人以口給 屢憎於人 不知其仁 焉用녕 - 公冶長 2 공자는 말 많은 걸 무척 싫어했다. 옹(雍)이라는 제자가 너무 무뚝뚝해서 탈이라는 어느 사람의 말에 공자는 반대로 답한다. 오히려 무뚝뚝하니 좋은 일이다. 제일 하급이 인(仁)하지 않으면서 말만 재잘거리는 사람이다. 인(仁)하지 않더라도 재잘거리지만 않는다면 사람다운 길로 갈 자격은 있다. 공자는 어눌한 걸 오히려 장점으로 본다. 사실 말에 대한 경계는 어느 경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성경에도 '미련한 자는 말을..

삶의나침반 2013.12.18

논어[59]

자공이 물었다. "저는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는 그릇이다." "어떤 그릇일까요?" "호련 같은 보물이지." 子貢問曰 賜也何如 子曰 女器也 曰 何器也 曰 瑚璉也 - 公冶長 1 '공야장' 편은 인물에 대한 품평이 많이 나온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공자의 말을 듣고 자공도 스승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스승의 대답은 간단했다. "너는 그릇이다[女器也]." 이 말로는 부족했던지 자공은 어떤 그릇이냐고 재차 물었다. 스승은 '호련(瑚璉)'이라고 답해준다. 호련(瑚璉)은 제사 때 쓰는 옥으로 장식한 그릇이다. 옛사람들이 제사를 중시한 걸 볼 때 호련은 일반 그릇과는 달리 귀한 물건이었음이 분명하다. 자공을 대하는 공자의 마음이 읽힌다. 공자..

삶의나침반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