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4

더 원더

넷플릭스에서 영화 '더 원더(The Wonder)'를 봤다. 19세기 중반, 대기근 직후의 아일랜드가 무대다. 땅도 사람도 피폐해진 상태에서 시골의 외딴집에 살고 있는 애나라는 소녀가 넉 달 동안이나 음식을 먹지 않고도 생존해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하느님의 기적을 보기 위해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지역 사회나 종교계도 호응한다. 간호사 엘리자베스는 현장으로 가서 실상을 조사하는 임무를 받는다. 엘리자베스에 의해 애나가 생존한 비밀이 밝혀지고 가족의 흑역사가 드러난다. 그러나 잘못된 길을 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애나를 살리기 위한해 엘리자베스의 고군분투 끝에 결국은 탈출을 감행하고 성공한다. 한 소녀를 살리면서 사기극이 마무리된다. '더 원더'는 종교색이 짙은 영화다. 기독교의..

읽고본느낌 2022.12.12

아, 달다!

나그네가 불타는 광야를 걷고 있을 때였다. 홀연 미친 코끼리 한 마리가 나타나 나그네에게 덤벼들었다. 마침 주위에는 입구에 큰 나무 한 그루가 거인처럼 가지를 벌리고 서 있는 우물이 있고, 우물 안으로 나무에 얽힌 칡덩굴이 내려뜨려져 있었다. 나그네는 급한 김에 칡덩굴을 타고 내려가 우물 안을 피신처로 삼았다. 하지만 우물 안도 살벌하긴 마찬가지였다. 우물 안쪽 벽에는 이무기 네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고 우물 아래에는 독룡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더욱이 나그네가 매달려 있는 칡덩굴을 검은 쥐와 흰 쥐 두 마리가 덤벼들어 갉아댔다. 이런 절박한 순간, 나무 위 벌집에서 꿀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나그네는 칡덩굴에 매달린 채 꿀맛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 맛이 어찌나 달던지 모든 고통을 잠시 잊을 판인데, 화..

참살이의꿈 2019.08.12

베짜타 못

‘얼마 뒤에 유다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 가셨다. 예루살렘 양의 문 곁에는 히브리말로 베짜타라는 못이 있었고 그 둘레에는 행각 다섯이 서 있었다. 이 행각에는 소경과 절름발이와 중풍병자 등 수많은 병자들이 누워 있었는데 (그들은 물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의 천사가 때때로 못에 내려와 물을 출렁거리게 했는데, 물이 출렁거린 맨 먼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병에 걸렸든 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삼십팔 년이나 앓고 있는 병자도 있었다. 예수께서 그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아주 오래된 병자라는 것을 아시고는 그에게 "낫기를 원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병자는 "선생님, 그렇지만 저에겐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가..

참살이의꿈 2006.03.04

값싼 은혜

며칠 전 개신교계의 지도적 목회자들이 모여서 참회 기도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날 여의도에 있는 한 대형 교회의 목사는 이런 내용의 고백과 다짐을 했다고 한다. "47년 목회 활동을 했다. 목회 활동을 하면서 70에 이르니 회한이 많다. 그동안 값싼 은혜를 가지고 살아왔다. 옳은 것을 옳다 말 못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지적 못하며 사회악에 침묵했다. 나는 죄인의 괴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자연과 우주 모두를 위해서 십자가를 들었지만, 나는 사람만 사랑했다. 지금이라도 사회악을 교정하고, 진실된 은혜를 실천하며 살아가겠다." 원로 목사님의 이런 모습은 아름답고 신선하다. 이런 일을통해 한국 교회가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는 참회가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

읽고본느낌 200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