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부산 4

좌수영지 푸조나무

부산 좌수영지(左水營址)에는 곰솔 외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나무가 있다. 푸조나무다. 푸조나무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름부터 특이하다. 어원을 살펴보면 푸조나무를 한자로 조엽수라고 하는데 '거칠 조'자를 쓴다. 우리말 '푸'와 한자의 '조'가 합쳐져서 '푸조'라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푸'는 '풀'을 의미하거나 '가꾸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푸조라는 이름에는 거칠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잎이나 나무의 모양새가 전체적으로 거칠다. 푸조나무는 주로 남쪽 지방 해안가에서 자란다. 곰솔과 팽나무처럼 소금기를 잘 견디는 나무다. 우리나라에는 세 그루의 천연기념물 푸조나무가 있는데 이 좌수영지 푸조나무가 그중 하나다. 이 나무에는 서낭당 할머니의 넋이 깃들어 있어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다고 ..

천년의나무 2013.05.25

좌수영지 곰솔

부산시 수영구에 있는 좌수영성지(左水營城址)는 조선시대 때 좌수영이 주둔한 곳이다. 무관 정3품인 수군절도사가 근무했던 좌수영은 낙동강 동쪽에서 경주까지의 경상도 동쪽 해안 방어를 맡고 있었다. 성 둘레는 약 2.8km, 성벽 높이는 4m였다. 지금은 관리 소홀로 대부분 유실되었다. 이곳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곰솔이 있다. 좌수영이 있을 당시 이 나무에 신이 들어있다고 믿어 군선을 보호하고 무사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내며 신성시했던 나무였다. 나이는 400살이 넘었고, 키 22m, 줄기 둘레 4.1m나 되는 큰 나무다. 군사 시설에 있는 나무답게 우람하고 용맹하게 생겼다. 주변에 나무들이 많아 한 눈에 들어오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옆에는 200년이 넘은 소나무도 나란히 자라고 있다. 좌수영 옛 시설..

천년의나무 2013.05.25

범어사 등나무 군락

부산 범어사(梵魚寺) 옆 계곡에는 등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는 군락지가 있다. 6.5ha 면적에 6,500여 그루가 자라는 엄청난 규모다. 그래서 이 계곡의 다른 이름이 등운곡(藤雲谷)이다. 전에는 베어 쓰기를 반복한 탓에 제일 오래된 등나무라도 나이가 100년 남짓 된다고 한다. 큰 것은 줄기 둘레가 140cm, 길이가 15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176호로 지정되어 있다. 등나무는 혼자 곧바로 서지 못하고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굽히지 않고 꿋꿋한 지조를 지켜온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런 특성을 싫어하여 집안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름에 등나무 그늘이 만드는 시원함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다. 평상에 누워 기묘하게 비틀어진 등나무 줄기를 감상하는 맛도 좋다. 지금이 등나..

천년의나무 2013.05.22

범어사 반송

범어사(梵魚寺)는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있는 고찰이다. 신라 문무왕 18년(678)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니 그 역사만 1300여 년이 된다. 오래 된 고찰답게 범어사에는 멋진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성보박물관 앞에 있는 이 반송은 단아한 모양새로 인하여 눈길을 끌었다. 수령은 100년도 채 안돼 보이는 어린 나무지만 약간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에서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고, 또한 날렵하면서도 고결한 품위가 느껴졌다. 아마 몇 백년 뒤에 여기를 찾는 후세 사람들에게는 명목으로 받아들여질 게 틀림 없다. 범어사에 들렀을 때 시간 여유가 없어서 다른 나무들은 주의 깊게 살피지를 못했다. 그들은 나중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그때는 하루 정도 날을 잡아 금정산 등산도 하면서 범어사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천년의나무 200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