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에 서서 서기 660년의 현장을 상상해 본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나라가 무너지자 수많은 백제 여인들이 부소산 뒤쪽으로 쫓기다가 절벽과 마주친다. 더 이상 도망갈 길도 없다. 여인들은 치마를 뒤집어쓰고 백마강으로 꽃이 되어 떨어진다. 한순간에 이곳은 눈물과 한숨, 통곡과 비명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시 백마강은 붉은 피와 서러운 꽃잎으로 가득 덮였으리라. 그때로부터 1350년이 흘렀고, 사람들은 대를 이어 나고 죽었으며, 강물도 쉼 없이 흘렀다. 부소산의 나무들도 나고 죽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 후세 사람들이 백제 여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낙화암 바위 위에 백화정(百花亭)을 지었다. 전설대로라면 천화정, 만화정이 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소박한 이름이 백제인의 마음을 닮은듯하여 반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