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 2

낙화암 천년송

낙화암에 서서 서기 660년의 현장을 상상해 본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나라가 무너지자 수많은 백제 여인들이 부소산 뒤쪽으로 쫓기다가 절벽과 마주친다. 더 이상 도망갈 길도 없다. 여인들은 치마를 뒤집어쓰고 백마강으로 꽃이 되어 떨어진다. 한순간에 이곳은 눈물과 한숨, 통곡과 비명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시 백마강은 붉은 피와 서러운 꽃잎으로 가득 덮였으리라. 그때로부터 1350년이 흘렀고, 사람들은 대를 이어 나고 죽었으며, 강물도 쉼 없이 흘렀다. 부소산의 나무들도 나고 죽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 후세 사람들이 백제 여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낙화암 바위 위에 백화정(百花亭)을 지었다. 전설대로라면 천화정, 만화정이 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소박한 이름이 백제인의 마음을 닮은듯하여 반갑..

천년의나무 2010.07.01

부여 궁남지와 낙화암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부여에 들렀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부여에 놀러왔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벌써 20 년 전의 일이다. 그 전에는 약혼 기념으로 아내와 여행할 때 부여에 들린 적이 있었다. 모두 아득한 옛날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부여에 들어서면서 부여가 아직 시가 아닌 읍이라는 사실이나로서는 놀라웠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로서 지명도가 높은 고을이니 당연히 시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백제 하면 떠오르는 어떤 쓸쓸하고 애상적인 분위기가 지금의 부여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분위기가 도리어 백제의 옛 수도로서 어울리는 것도 같다. 먼저 궁남지(宮南沚)를 찾았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 때 만든 인공호수로 경주 안압지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궁남지는 아담한 크기..

사진속일상 201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