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에 오가는 길에 능원사가 있다. 그 앞으로 지나다니기만 했는데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축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능원사에 들렀다. 어릴 때 외할머니를 따라 간 초파일 날의 절 분위기가 내 머리에는 아직 남아있다. 고향 마을에서 산모퉁이를 하나 돌면 청계사라는 작은 절이 있었는데, 평시에는 들어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한적했다. 그런데 사월 초파일이 되면 여러 마을에서 모인 할머니, 어머니들로 좁은 절은 축제터로 변했다. 아이들은 맛있는 것도 얻어먹으며, 무엇이 그리 신났는지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놀았다. 운동회의 만국기처럼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 밑에서 사람들은 마음 속 소원을 부처님께 빌고, 그 가피를 믿으며, 이 세상에 오신 부처님을 경축하는 축제의 날, 이 정도가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