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2

다는 아닐 거야 / 방주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줄기차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 귀가 따가워도 이 동네 매미가 다 저러는 건 아닐 거야 날개를 비비다 말고 가만히 쉬는 매미가 있을 거야 어쩌면 수줍음 많은 매미도 있을지 몰라 그런 매미 좋다고 찾아오는 암컷도 있을지 몰라 - 다는 아닐 거야 / 방주현 매미의 울음소리는 암컷을 부르는 수컷의 세레나데다. 암컷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큰소리를 내야 유리하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처절한 생존경쟁인 셈이다. 땅 속에서 10년 정도 애벌레로 살다가 지상으로 나온 매미는 고작 한두 주 짝짓기를 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죽는다. 필사적인 매미의 외침이 이해될 만하다. 한 소리로 울어대는 매미 중에서 혹 엉뚱한 매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수줍은 매미일 수도 있고, 내가 왜 소리를 내야 하는지..

시읽는기쁨 2023.12.22

서울의 매미

오랜만에 서울에 돌아오니 매미 소리가 제일 반긴다. 오늘 아침에는 아파트의 방충망에도 한 마리가 찾아왔다. 왠일인지 소리는 내지 않고 가만히 붙어있다. 손으로 건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다. 나무 대신에 철망에 매달린 모습이 기괴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서울의 매미 소리는 무척 극성스럽다. 무리가함께 울어댈 때는 마치 한꺼번에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를 듣는 것처럼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특히 도로변이 심해서 자동차 소음과 경쟁이나 하려는지 너무 시끄러워서 이건 또 하나의 소음 공해라는 생각도 든다. 옛날 느티나무 아래서 땀을 식힐 때 '매앰- 매앰-'하고 울며 여름의 정취를 더하던 그 소리는 이미 아니다. 세상이 각박해지니 번성하는 매미 종류도, 매미 소리도 변해가는가 보다. 서울의 매미 소리는 차가운 금속성의..

사진속일상 200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