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줄기차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
귀가 따가워도
이 동네 매미가
다 저러는 건 아닐 거야
날개를 비비다 말고
가만히 쉬는 매미가 있을 거야
어쩌면
수줍음 많은 매미도 있을지 몰라
그런 매미 좋다고
찾아오는 암컷도 있을지 몰라
- 다는 아닐 거야 / 방주현
매미의 울음소리는 암컷을 부르는 수컷의 세레나데다. 암컷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큰소리를 내야 유리하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처절한 생존경쟁인 셈이다. 땅 속에서 10년 정도 애벌레로 살다가 지상으로 나온 매미는 고작 한두 주 짝짓기를 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죽는다. 필사적인 매미의 외침이 이해될 만하다.
한 소리로 울어대는 매미 중에서 혹 엉뚱한 매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수줍은 매미일 수도 있고, 내가 왜 소리를 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매미일 수도 있다. 획일적인 북소리에 맞추어 행진하길 거부하는 매미 말이다. 생물학의 논리로 보면 그런 매미는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매미를 좋아하는 암컷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제 잘 났다고 큰소리치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조용히 사색하는 매미를 사랑하는 암컷도 있지 않을까. 둘이 만나는 장면을 상상하니 괜스레 콧등이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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