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 새해 인사 / 나태주
2024년 새해가 열렸다. 꿈 없이 꿀잠을 자고 난 첫날 아침이다. 하얀 도화지를 앞에 놓고 무슨 그림을 그릴까, 하고 설레는 소년이 되어도 본다. 그러다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글자가 환등기의 영상처럼 눈앞에서 명멸한다. '빈 손'이라는 말이 전해주는 느낌이 정겹고 따스하다.
시인의 새해 인사를 듣는다. 세상살이를 어찌 무욕(無欲)으로 살 수 있겠느냐만, 그래도 이제는 '이만하면 됐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인생임을 잊지 말자. "덜 바라면 덜 괴롭다" - 삶의 핵심은 단순해서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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