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2

감정손해보험 / 이종섶

노후에 맞닥뜨리게 될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 노후가 아니더라도 어느 날 사고처럼 다가올 쓸쓸함을 견디기 위해서 감정손해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한 달에 한 번씩, 또는 그 이상의 기회를 만들어 보험료를 지불한다 성실한 납부자, 그러나 가난한 납부자 돈이 많다면 감정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진 게 없으니 실비 보상 정도의 감정보험이라도 들어놔야 안심이 된다 혼자라는 것, 친구가 없다는 것 이대로 흘러가면 어느 순간 감정의 대형 사고에 직면하게 될지 몰라, 그 내상의 두려움을 아는 자로서 이대로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오늘의 외로움과 내일의 쓸쓸함이 그때마다 보험료를 인출할 것이다 감정보험에 일찍 가입해서 다행이다 오늘의 감정을 견디기가 쉬워졌다 - 감정손해보험 / 이종섶 양재에 나가 ..

시읽는기쁨 2022.01.07

자꾸 늘어나는 모임

퇴직하면서는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지내고 싶었다. 인생의 한 매듭에서 정리할 건 정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마침 서울을 벗어나 광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잘 됐다 싶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핑계인지 모르지만 인간관계를 칼로 무 자르듯 할 수는 없었다. 다른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겉과 달리 내심은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사람들마저 만나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갇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부부 모임이 생겼다. 성당에 다니는 여인네들끼리 반모임을 하다 보니 서로 친해지게 되었고 남자들도 포함시키자고 해서 부부 모임으로 확대되었다. 나로서는 꺼려지는 조건만 갖추고 있어 나가지 ..

길위의단상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