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 2

퇴계 선생의 묘비명

퇴계(退溪) 선생은 학식만이 아니라 고매한 인품으로 인하여 후세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시다. 매화를 무척 사랑하셨고, 또 기생 두향과의 러브스토리도 전하고 있는 걸로 보아 선생은 딱딱한 유학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과부가 된 며느리를 개가시켜 줄 정도로 마음이 따스한 인본주의자이기도 했다. 선생은 당쟁만 일삼는 정치판에 별 관심이 없었으며 임금이 여러 번 벼슬을 내렸지만 사양한 경우가 많았다. 풍기군수를 지내던 때는 세 번이나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수리가 되지 않자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가 버리기도 했다. 선생은 고향에서 은둔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자족하신 분이셨다. 선생은 돌아가시기 직전 일어나 앉아 자리를 정리하게 하고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라는 당부를 하고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

참살이의꿈 2010.12.14

어느 묘비석

산길을 가는데 묘비석 하나가 길에 나뒹굴고 있었다. 까만 돌에 정성들여 음각한 글자가 선명한데 어쩌다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길에 파묻혀 등산객들 발길에 밟히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했다. 그 비문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여기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하여 평생을 바쁘게 일 속에서 사시다 가신 아버님께서 잠드시다. 우리들이 짐을 벗겨드리기 전에 먼저 가셨다. 이제 무거웠던 짐을 다 벗어놓으시고 편히 쉬시옵소서. 가을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처럼, 선인들처럼 바쁜 걸음 멈추고 저 흙으로, 고요로 돌아가리라.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사진속일상 200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