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은 고향과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닭장 둘레에 듬성듬성 피어 있던 백일홍이 안갯속처럼 흐릿하다. 별로 주의해서 바라보지도 않은 것 같다. 흔하고 너무 오래 피어 있으니 귀한 꽃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냥 제가 알아서 피고 지고 했을 것이다. 목현천 화단에 온갖 색깔의 백일홍이 가득하다. 백일홍 꽃밭에서 귀 기울이면 거센 민중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단순히 도시를 장식하기 위한 꽃이 아니다. 모이고 힘을 합치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무언의 웅변이다. 흩어지지 말고 하나로 힘을 모아라! 목현천 백일홍한테서 듣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