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에서 312번 신설동행 버스를 만났다 서울에서 기다릴 땐 좀처럼 오지 않던 노선 버스가 쓸쓸한 바람이 무차별적으로 불어오는 광장에서 말을 걸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자 노선표도 안 뗀 현대자동차 마크가 선명하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중곡동과 신설동을 오고가는 순하디순한 글씨 쇄빙선이 깨어 놓은 얼음길을 따라 먼 바다를 건너오느라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다 날을 세운 바람들이 눈보라를 일으키는 바람 사태에 바퀴는 단단히 부풀어 올랐다 이곳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불모의 땅으로 강제 이주당한 할아버지의 눈망울처럼 그렁그렁하다 생의 북쪽에 이처럼 따뜻한 기다림이 있냐고 신설동과 블라디보스톡 사이에서 잠시 망설이는 사이 버스는 느릿느릿 내 곁을 지나간다 길이 시작되는 항구 블라디보스톡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