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39

만냥금

집에서 키우는 만냥금에 꽃이 피었다. 이 만냥금은 3년 전에 아내가 큰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할 때 빨간 열매가 예뻐 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내가 많이 애착을 가진 화초다. 그런데 계속 비실비실하기만 할 뿐 싱싱하게 자라질 못했다. 이번에 광주로 이사를 오면서 드디어 이 만냥금이 꽃을 피웠다. 꽃봉오리가가 생기면서부터 꽃이 피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만냥금 꽃은 생각보다 작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꽃이 있는지도 모른다. 우윳빛의 뽀얀 색깔이 애기 살처럼 이쁘다. 정말 만냥의 값어치가 있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1.07.22

산세베리아

거실에서 키우는 산세베리아(Sansevieria)에 꽃이 피었다. 잎 사이로 꽃대가 나오더니 밑에서부터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다. 키운지 6년 만이다. 몇 해 전 겨울에는 화분을 베란다에 그대로 두었다가 거의 고사 직전까지 갔다. 언 부분을 베어내었는데 봄에 다시 싹이 나오더니 이만큼 큰 것이다. 산세베리아는 음이온을 방출하고 공기를 정화시켜 준다고 한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많이 키우는데 꽃을 보기는 어렵다. 이놈이 꽃을 피운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 광주로 이사를 오자마자 바로 귀한 꽃이 피었다.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길것 같아 기분이 좋다. 꽃을 바라보는 아내의 표정도 환하다.

꽃들의향기 2011.06.24

애기수선화

작년 봄에 샀던 수선화에서 다시 꽃이 피었다. 집에 있다 보니 화분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과정을 지켜 보았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을 경탄했는지 모른다. 흙에서 싹이 돋아나고, 꽃대에서 노란 꽃이 피어나고, 생명의 힘과 아름다움이 고맙고 신비했다. 우리 집 수선화는 크기가 작고 전체적으로 노란색이다. 보통 만나는 수선화보다 더 귀엽다. 그래서 나는 '애기수선화'라고 부르고 있다. 그 이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수선화 종류가 워낙 많으니하나하나 이름 붙이기도 어려울 것이다. 서양에서 내려오는 전설에서 수선화는 그리움과 외로움의 상징이다. 그 마음이 간절해서 수선화는 이렇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가 보다.

꽃들의향기 2011.03.05

모나라벤더

작년에 서울대공원에 갔을 때 1천 원을 주고 작은 화분을 하나 샀다. 허브 종류라는 것만 알았지 이름도 모르는 가녀린 식물이 심겨 있었다. 베란다에 방치하듯 놓아두다가 겨울에 거실로 옮겼는데 이번에 고운 꽃을 피웠다. 인디카에 확인해 보니 이름이 '모나라벤더'이다. 모나라벤더(Mona Lavender)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름으로 봐서 라벤더의 한 종류 같다. 그래선지 잎과 꽃에서 나는 향기가 좋다. 꽃의 생김새나 색깔도 곱고 예쁘다. 여린 생명의 미소로집안이 환해졌는데 1천 원이 주는 행복이과분하다.

꽃들의향기 2011.02.24

시클라멘

둘째가 시클라멘 화분을 사왔다. 어둡던 거실이 환해졌다. 꽃, 특히 야생화를 만날 수 없는 게 겨울의 아쉬움이다. 이렇게 원예종으로나마 아쉬움의 일부를 달랜다. 시클라멘(Cyclamen)은 앵초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꽃봉오리가 빙글빙글 말려있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겨울에 꽃이 피는데 꽃잎이 뒤로 젖혀진 게 특징이다. 얼레지를 닮았다. 꽃 색깔이화려하지만 귀엽고 품위가 있다. 완상하기에 좋은 꽃이다. 하트 모양의 잎에 난 무늬도 아름답다. 오랜만에 마크로 렌즈를 꺼내 사진을 찍어 보았다. 경쾌한 카메라 셔터 소리에 더욱 봄이 기다려진다.

꽃들의향기 2011.02.18

마음의 완충지대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많은 가구들이 확장을 신청한다. 베란다를 없애고 거실이나 방을 넓히는 것이다. 넓고 여유 있게 사는 건 좋지만 대신에 베란다 공간은 활용하지 못한다.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 마당이 없다. 그 역할을 아파트에서는 베란다가 한다. 화초를 가꾸고, 빨래를 너는 등의 소소한 일상이 베란다에서 일어난다. 아파트에 살아보니 베란다의 기능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우리는 확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베란다가 없으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다. 우선 비가 올 때 창문을 열지 못한다. 무척 답답할 것 같다. 빗소리를 즐길 수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요사이 고급 아파트들은 아예 외부와 완전히 밀폐되게 만든다는데 이건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다. 그런 데서는 태풍이 와..

참살이의꿈 2010.09.10

아프리칸바이올렛

결혼 초기에 10평대 좁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내는 이 아프리칸바이올렛을 키웠다. 여러 층으로 된 철제 앵글에 조그만 화분들 수십개가 놓여 있었는데 여러 색깔로 된 아프리칸바이올렛 꽃들이 늘 예쁘게 피어 있었다. 아내는 화초 중에서도 이 꽃을 제일 좋아했다. 당시에는 아프리칸바이올렛을 번식하고 가꾸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 같다. 잎만 꺾어서 심어두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는데, 이웃간에 서로 주고받으며 가꾸는 재미에 빠졌을 것이다. 이곳으로 이사와서 베란다에 여유가 생기면서 아내가 다시 아프리칸바이올렛을 구해와 가꾸고 있다. 이사 가는 사람이 버린 것을 주워오기도 하고, 화원에서 사오기도 했는데, 베란다 바닥에작은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보라색, 흰색, 연분홍색 등 꽃들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꽃들의향기 2007.08.04

다시 새싹이 나오다

하늘에 가까운 이곳 베란다로 쏟아져 들어오는햇빛이 좋다. 그 햇빛이 아깝다며 아내가 화분에 뿌린 상추씨에서 싹이 나왔다. 사람한테는 무언가를 심고 가꾸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나는 이것을 경작본능이라고 부르고 싶다. 저 상추의 새싹을 보니 아득한 슬픔 같은 것이 몰려온다. 지난 5년 간 우리는 우리의 터에다 온갖 작물을 길러보는 실험을 했다.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작물을 아마 길러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매 주말이면 흙과 함께 생활했는데, 이제 터는 떠나가고 아파트 베란다 좁은 한쪽 구석의 화분에 저렇게 초록의 흔적만이 남게 되었다. 그때 아내는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밭에 나가 일을 할 때 행복해 했었다. 고향 어머님을 뵈러 출발했다가 차들이 밀려 되돌아왔다. 이곳으로 이사온 후 서울을 ..

사진속일상 2007.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