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다시 새싹이 나오다

샌. 2007. 5. 5. 15:17



하늘에 가까운 이곳 베란다로 쏟아져 들어오는햇빛이 좋다.

 

그 햇빛이 아깝다며 아내가 화분에 뿌린 상추씨에서 싹이 나왔다. 사람한테는 무언가를 심고 가꾸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나는 이것을 경작본능이라고 부르고 싶다.

 

저 상추의 새싹을 보니 아득한 슬픔 같은 것이 몰려온다.

 

지난 5년 간 우리는 우리의 터에다 온갖 작물을 길러보는 실험을 했다.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작물을 아마 길러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매 주말이면 흙과 함께 생활했는데, 이제 터는 떠나가고 아파트 베란다 좁은 한쪽 구석의 화분에 저렇게 초록의 흔적만이 남게 되었다. 그때 아내는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밭에 나가 일을 할 때 행복해 했었다.

 

고향 어머님을 뵈러 출발했다가 차들이 밀려 되돌아왔다.

 

이곳으로 이사온 후 서울을 빠져나가기가 아주 힘들어졌다. 겨우 서울을 벗어났는데 꽉 막혀있는 고속도로 진입로의 정체에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주말이 어린이날과 겹쳐져 더욱 혼잡해진 것 같다. 정신없이살다 보니 지난 설날 이후 어머님을 찾아뵙지 못하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는 정말로 소중한 것은 놓치고살고 있는지 모른다.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삶의 관성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어쩔 수 없이 고향길은 다음 주의 덜 붐비는 시간대를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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