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무의도에 가다

샌. 2007. 4. 28. 19:44



인천공항에서 두 모녀를 배웅하고 차를 서쪽으로 돌려 무의도에 가다. 무의도(舞衣島)는 한자 이름을 풀이하면'춤추는 무희의 의상'이 되는데 그만큼 섬 모양이 부드럽고 아름답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도 멀리서 바라보는 포근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무의도는 영종도와 지척의 거리에 있다. 소리를 지르면 건너편에 들릴 정도로 가깝게 보이는데 아직 다리가 건설되지 않아 카페리가 수시로 다니며 차와 사람을 나르고 있다.

 

무의도의 산은 국사봉과 호룡곡산의 두 봉우리가 있다. 둘 다 200m 급의 그다지 높지 않은 나지막한 산이다. 산길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어 가볍게 걷기에 좋다. 능선을 따라서는 소나무가 많아 흙 위에 다시 갈비가 소복하게 덮여 있어 폭신하다. 오전이어선지 찾아온 등산객도 거의 없어 혼자서 호젓하게 산길을 걷는 즐거움을 누린다. 길가에는 가끔 붓꽃이 보이는데 다른 봄꽃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조용한 산길이 주는 만족감으로 꽃을 못 보아도 전혀 아쉽지가 않다.

 

무의도에는 그 유명한 실미도가 바로 인접해 있다. 실미도에 가자면 반드시 무의도를 거쳐서 가야 한다. 영화 한 편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이 섬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영화의 이미지 탓인지 실미도가 무의도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왠지 실미도는 절해고도의 섬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미도를 보기 위해 무의도로 들어온다. 산에는 사람이 없으나 저 아래 실미도에는 마침 썰물 때서인지 걸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눈 아래 실미도를 내려다보며 그 때의 비극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진다.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의 사건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무장공비의 소행으로 알고 있었다. 그 뒤로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분단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아픈 시대의 희생자들이 그들 뿐이겠는가. 앞으로 실미도는 평화의 섬으로 탈바꿈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때는 바야흐로 년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산야의 나뭇잎들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연초록 색깔은 마치 갓 태어나서 어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귀여운 병아리를 연상시킨다. 어찌 병아리만이겠는가. 돼지나 쥐 조차 새끼의 모습은 이쁘고 귀여운데 나무의 새 이파리에 이르면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랴. 예쁘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느 시인은 우주의 기적이라고 했는데, 정말 온 우주의 생명 기운이 지금 이때에 집중되어 초록의 향연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산색은 연초록과 연두빛이 어우려져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고 있다. 특히 이곳은 연두색이 많아 또 다른 봄 분위기를 보여준다. 초록이 밝고 화사한 봄의 생기를 나타낸다면, 연두는 봄향기에 취한 사람의 들뜬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켜 준다.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색깔들이곱고도 고맙다.

 

산길을 두 시간 정도 걷고 호룡곡산 앞에서 멈추다. 그리고 버스편으로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다. 서울에 인접한 섬이고, 여기도 개발 바람으로 사람의 손길을 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포근한 시골의 정취를 다소나마 느낄 수 있어서좋다. 물 빠진 바닷가에는 보트들이 참 편안하게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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