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하늘공원 산책로를 걷다

샌. 2007. 4. 21. 14:54



아이들과 함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한 바퀴 도는산책로 5.8km를 따라 걸었다. 하늘공원, 노을공원은 1970년대부터 약 20년간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한 난지도에 만든 공원이다. 높이 약 100m에 이르는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는데 흙으로 표면을 덮고 풀과 나무를 심어서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난지도는 원래 풍광이 아름다운 한강의 모래섬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난지도에 둑을 쌓고 쓰레기 매립장으로 만들면서 천지개벽의 변화를했다. 꽃과 풀이 많았다던 아름다운 섬은 9천만t의 쓰레기가 쌓인 산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자연생태공원으로 다시 탈바꿈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하늘공원을 찾을 때면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겉으로는 잘 위장되어 있지만 속은 쓰레기로 가득한 곳에 서 있다는 상상이 그런 묘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인간 욕망의 찌꺼기들이 지금은 욕망 충족의 도구로 재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언가 불편한 괴리감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지금은 잘 덮어두었지만 언젠가는 저 쓰레기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킬 것 같은, 마치 시한폭탄을 묻어둔 것 같은 그런 불안감도 동시에 드는 것이다. 하여튼 겉으로 보는 하늘공원은 평화로운 전원 풍경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일부 군데군데 흙이 씻겨나간 곳에 쓰레기 뭉치들이 드러나 불썽사납고, 공기 중에는 쓰레기가 썩는틱틱한 냄새가 배어있어 영 기분이 언짢아진다. 시커먼 침출수들이 도랑을 따라 흘러가는 것도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대가일 것이다.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환경이 개선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이 옆을 지날 때 보기에도 흉했고, 악취가 진동했던 곳이 지금은 시민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자연공원으로 변모했다는 것은 쓰레기 처리의 한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환경적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것인지는제대로 된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아마 저 속에는 내가 서울에서 살면서 버렸던 쓰레기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쓰레기들은 지금의 쓰레기들보다는 훨씬 더 자연적이지 않았나 싶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화학제품의 사용량이 훨씬 적은 시대였고, 연탄재가 상당량이었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전문가들 예상으로는 2020년 경이 되어야 안정화 작업이 대략 완성된다고 한다. 이 쓰레기들의 주변 오염을 막으면서 곱게 자연화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사후약방문격이지만 현대문명의 부작용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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