츨근길에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는데 작은 찻집 유리창으로 아침해가 화사하게 뜨고 있다. 문득 봄이 내 가까이 와 있음을 느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다. 그 철두철미함에 어떤 때는 소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하늘이 보고 있다면 한 해 봄 쯤 거두어가 버릴 만도 하건만 지상의 일에 하늘은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 봄은 다시 찾아왔다.
며칠 전 신문에 김용택 시인의 편지가 실렸다.
'어젯밤에 처음 소쩍새가 울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저녁은 참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는 봄밤이었습니다. 내가 사는 우리 마을 풍경이 내일 아침이면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잠 못 들게 했습니다. 내게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은 공포입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나라는 농민들이 기댈 언덕을 늘 허물어버렸지요. 소를 키우라고 해서 소를 키우면 틀림없이 망했습니다. 돼지를 키우라고 해서 돼지를 키우면 틀림없이 망했지요.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틀림없이 망해도 농민들은 나라의 말을 잘도 들었습니다. 농민들이 물러설 곳이 없게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나라가 절벽의 난간에 서있는 농민들을 벼랑 아래로 밀어버리고 있습니다. 농촌과 농민과 농업이 망하면서 우리 경제는 일어섰습니다. 한쪽이 망한 대신 한쪽이 성한 나라는 온전한 나라가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을 약속하는 나라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쟁 때나 있을 법한 일이지요. 그것은 적에게나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입니다.....'
창 밖으로는 모란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는데, 남녘의 꽃소식 따라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날리며 달려가는데....
짓밟히는 것이 어디 농민만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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