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사당동으로 이사를 하다

샌. 2007. 4. 7. 11:38



2년여 만에 다시 이사를 했다. 암사동으로, 구의동으로, 사당동으로, 2년 주기의 이사가 벌써 세 번째다. 도시에서 전세살이는 현대판 유목민의 삶과 비슷해 어느 한 장소나 사람에 대해깊이 사귀지를 못한다. 정착이 아니라 곧 떠날 것이라는 무의식은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도시의 유목민은 초원의 유목민에 비해 너무나 가진 것이 많아 마음도 몸도 번거롭다.

 

이사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네 식구 작은 몸뚱아리 건사하는데 뭐가 이리 많은 살림이 필요한지 놀라게 된다. 이사할 때마다 버리는 물건이 아내 표현을 빌리면 트럭 한 대가 되는데 그래도 짐은 넘쳐나기만 한다. 이번에도 여러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 중에서 막판까지 버릴까 말까 고민한 것이 20년 가까이 함께 생활했던 벤자민과다른 나무 화분 두 개였다. 지금은 잘 돌보지를 않아 생기를 잃은 두 나무를 다른 데 가서 잘 크라는 변명으로 위로하며 내보냈다. 물건도 오래 쓰면 정이 드는데 살아있는 생물인 경우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다시 새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여러 가지를 과감히 버리게 했다.

 

이 집을 구한 것은 한 달 전인데 전세를 구하러 다니던 아내가 지쳐서 눈물을 보이는 바람에 화락 성질 내고 나가서 그냥계약한 것이다. 빈 집에 깨끗이 도배가 되어 있고, 조용하고 전망이 좋아 한 눈에 마음에 들었는데 아이들은 지하철에서 거리가 멀다고 영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진짜 마음은우리 집이없다는 사실이 더 넓은 곳으로 옮기면서도 마음 한 쪽이 허전한 이유일 것이다. 그것은 사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나저나 이젠 이사를 하는 것도 무척 힘이 들고 지친다. 이삿짐 센터에서 대부분의 일을해주지만 이사 당일 뿐만 아니라 전후의 준비와 정리 과정이 피곤한 것이다. 물론 많은 일이 아내 몫이지만 그 이유 역시 역시 내 집이 아니라는 사실이 힘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여기는 뒤에 작은 산이 있어 산책하기가 좋다. 이웃 사람이 이제 조금 있으면 아까시 향기에 취할 것이라고,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이사하는 날, 잠시 틈을 내 뒷산에 올라 보았다. 위치가 높아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좋다. 저 많고 많은 집들, 그 중의 한 점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 살게 될 줄은 언제 예측이나 할 수 있었던가. 이곳과의 인연이 선연(善緣)으로 맺어지길 기원해 본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묘지가 정원이 되다  (0) 2007.04.08
꽃만 피면 뭐 헌다냐  (0) 2007.04.07
36년 만에 모교에 가다  (0) 2007.03.29
NO FTA!  (0) 2007.03.28
교정의 봄  (0) 200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