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협정은 막판 주고받기 식의 거래로 결국 타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 그런 분위기를 띄우는 느낌이 강한데, 동시에 반대 시위도 가열차게 전개되고 있다. 민노당 문성현 대표는 20일 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미안하기만 하다. 마음 같아서는 격려의 말이라도 건네주고 싶은데 그럴 용기가 없어 마음속으로만 힘 내시라고 응원할 뿐이다. 몇몇 정치인들도 단식농성 대열에 합류했다. 그동안의 진행 과정에서 보인 소극적인 태도를 보면 그들의 진정성에 의문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주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퇴근길에는 지하철역에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 나누어주는 팸플릿을 받았다.
나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었을 때의 경제적 이익 여부를 떠나서 협정이 상징하는 미국식 시장경제의 확산에 대하여 우려를 한다. 단기적으로 무엇이 득실인지, 또는 중장기적으로 어떤 이익이 있을지 추측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과연 FTA 협정이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미국식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낳은 부산물들이다. 개인적 이윤 추구, 지나친 경쟁, 그로 인한부의 불균형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고민이다.미국과의 동일 시장으로 편입되는 FTA 협정이 체결되었을 때 과연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다. 도리어 상황이 더 심각하게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국부가 커지더라도 개인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신기루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한미 FTA 협정 체결을 반대한다.
각론적으로는 협상의 세부 사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해서는 잘못 하다가는 사법 주권마저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미국 투자자가 정부의 정책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민간 국제중재기관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한다. 이로 인해 미국 투자자의 사적 이익 때문에 조세, 환경이나 부동산 등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부의 재분배나 복지국가로 나가는데 걸림돌이 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비숫한 것으로 '비위반 제소'도 있다. 이것 역시 한국 정부를 국제소송에 걸 수 있는 제도이다. 이런 것들이 충분히 공개되어 논의되지 않고 밀실에서 주고받기 식으로 처리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국과의 FTA 협정을 시한을 정해 놓고는 그 안에 체결하려고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체결해도 늦지 않다. 나라의 틀을 바꾸는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수록 좋다고 보며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그 결정을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옳다고 본다. 미국과의 FTA 협상을 한 다른 나라들도 중간에 파기하거나 연기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굳이 우리가 시범 케이스 되듯 조급히 서두를 이유가 무엇인가. 작전권 환수 문제에서도 보듯 우리가 정말 주권이 있는 나라인지 의심이 되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한미 FTA 협정은 우리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FTA 협상을 보면서 노무현 정권, 특히 집권 초기에 가졌던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기대를 이젠 접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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