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동작봉의 봄

샌. 2007. 4. 16. 10:10



따스한 봄햇살은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으면 뭔가 죄를 짓는 것 같다. 시선은 자꾸 창 밖을 향하고 부산해진 마음은 운동화를 찾아내어 밖으로 나서게 만든다. 꽃잔치가 벌어지는 유명한 곳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신의 집 주변에서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내와 같이 뒷산을 올랐다. 국립묘지를 끼고 있는 이 산을 동작봉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작지만 여러 개의 봉우리가 연결된 능선을 따라 걷는 재미가 아기자기한 재미있는 산이다. 묘지의 출입을 막는 흉물스런 시멘트 담벽이 거슬리지만 세 곳에 묘지와 연결통로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벚꽃은 한창 때를 지났지만 그래도 아직은 볼 만하다. 장군묘역에서 삼면으로 바라보이는 산에는 하얀 벚꽃이 점점이 박혀 있다. 여기가 서울에서도 최고의 명당자리라고 한다.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좌청룡 우백호의 지형은 문외한의 눈에도 참으로 포근하게 보인다. 그러나 눈 아래 펼쳐지는 수많은 비석들을 보노라면 결코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다. 무엇이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지, 과연 이념이란 무엇인지 착잡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봄의 산야는 저리 고운데 말이다. 문득 덧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발 밑에는 떨어진 꽃잎들로 하얗다.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같은 대상을 보면서도 후자 쪽이훨씬 더 감사와 풍요로 가득한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안테나가 발달해 있다.또는 현실에 물들지 않는 생태적 감수성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가 되기 보다는 꿈을 가진 낭만주의자가 되고 싶다. 대자연이 베풀어주는 향연에 초대받은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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