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이 피면 과년한 딸을 둔 부모는 안절부절못한다. '앵두나무 우물가'보다 더 위험한 곳이 복사꽃밭이 아니던가. 복사꽃의 요염한 색깔이 춘정(春情)을 일깨우는 봄이 한창이다. 장호원 일대는 복숭아 과수원이 많다. 그중의 한 군데 사곡리를 찾았다. 사곡리는 온통 복숭아나무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복숭아밭 한가운데에 있는 미루나무가 눈길을 끈다. 어릴 때는 신작로와 개울가에서 자주 보았던 나무인데 이제는 천연기념물처럼 귀해졌다. 복사꽃과 미루나무를 보니 고향과 거기서 뛰어놀던 유년 시절이 그리워진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