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4

사기[6]

오나라 왕은 사신을 보내 오자서에게 촉루라는 칼을 내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이 칼로 자결하라." 오자서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했다. "아! 참소를 일삼는 신하 백비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왕은 도리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나는 그의 아버지를 제후의 우두머리로 만들었고, 그가 임금이 되기 전 공자들끼리 태자 자리를 놓고 다툴 때 죽음을 무릅쓰고 선왕에게 간해 그를 후계자로 정하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는 태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왕위에 오르고 나서 내게 오나라를 나누어주려고 하였을 때도 나는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간사한 신하의 말만 듣고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그러고는 가신들에게 말했다. "내 무덤 위에 가래나무를 심어 왕의 관을 짤 목재로 쓰도록 하라. 아..

삶의나침반 2023.08.28

논어[253]

어느 사람이 말했다. "원한을 은혜로 갚으면 어떤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은혜는 무엇으로 갚게. 원한은 곧은 것으로 갚고, 은혜는 은혜로 갚아야지." 或曰 以德報怨 何如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 憲問 22 공자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로잡으려 했다. 현실적 의미에서 정치는 법가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공자는 인(仁)과 의(義)가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보았다.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은 개인에게는 몰라도 나라를 운영하는데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대목은 63장에 나오는 '원한을 덕으로 갚으라[報怨以德]'는 내용과 대비된다. 공자는 국가 질서 유지를 위해서 공평한 정의의 적용을 우선했다. 이것이 담보되어야 국가의 기틀이 바로 세워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삶의나침반 2017.09.07

26년

1980년 5월 광주의 그날로부터 26년 뒤인 2006년, 가족을 잃은 세 사람이 대기업 회장의 지원 아래 '그 사람'을 처단하기 위한 복수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그리고 미진이 쏜 최후의 총성 한 발과 함께 화면은 어두워진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광주항쟁이라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가족을 잃고 삶이 망가진 사람들의 사무치는 심정을 국외자인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영화에서 대변하고자 하는 복수혈전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영화를 보면서 그분들의 아픔에 진하게 공감되었다. 미진이 홀로 서울 도심에서 결행한 1차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영화에서 작전 설계자인 김갑세 회장의 말에서 나오듯이 희생자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가해자의 참회일 것이다. 용서와 화해란 가..

읽고본느낌 2012.12.13

일본영화 두 편

괜찮은 일본영화 두 편을 보았다. 과 다. 개봉한 지 몇 해 지난 거라서 안방극장에서 본 게 아쉬웠다.그러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잔잔한 영화는 아무 방해 받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얼마 전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옆자리의 여자가 휴대폰으로 쉼 없이 문자를 주고받는 바람에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은 일본의 중학교가 무대다. 반 아이들에 의해 담임교사의 어린 딸이 살해된다. 이 영화는 담임교사의 우아한(?) 복수를 줄기로 하는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인간 본성과 용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일본 학교의 교실 붕괴와 왕따 문제, 살인을 해도 처벌할 수 없는 미성년자보호법, 가정 문제, 아이들을 통해 표현..

읽고본느낌 201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