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

아이를 키우며 / 렴형미

처녀시절 나 홀로 공상에 잠길 때며는 무지개 웃는 저 하늘가에서 날개 돋쳐 훨훨 나에게 날아오던 아이 그 애는 얼마나 곱고 튼튼한 사내였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나에게 생긴 아이는 눈이 크고 가냘픈 총각 애 총 센 머리칼 탓인 듯 머리는 무거워 보여도 물푸레아지 인 양 매출한 두 다리는 어방없이 날쌘 장난꾸러기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염소마냥 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 애를 두고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를 탓 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놓고 무슨 재간이든 배워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까맣게 탄 그 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댑니다 뭐랍니까 그 애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마냥 그 애 맘껏 딩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 보고 비 올 때면..

시읽는기쁨 2009.08.13

디어 평양

명동 CQN에서 ‘디어 평양’을 보았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은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15살에 제주도를 떠나 일본에 정착, 해방을 맞은 후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한 열렬한 조총련 간부였다. 결혼 후 부부는 함께 열정적인 정치 활동을 편다. 자식은 넷을 두었는데 10대의 오빠 셋은 아버지의 신념에 따라 북한으로 보내지고, 남은 딸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는 딸에게 서운해 하며 부녀간의 소원함으로 이어진다. 그때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고사하고 밥상에 마주앉는 것도 싫었다고 한다. 후에 딸은 북한을 오가며 오빠들과 그 가족들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도 화해하고 아버지의 신념과 결단을 이해하게 된다. ‘디어 평양’은 사적인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

읽고본느낌 2006.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