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3

한 글자 사전

의 후편이라 할 수 있다. 김소연 시인은 언어와 사물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전에 나오는 한 글자로 된 낱말을 시인의 예리한 촉수로 더듬어 본 결과물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미소 짓게 하고, 무릎을 치게도 한다. 낱말을 재정의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세계를 열어보이는 일이다. 시인을 따라 시늉을 내보지만 이내 벽에 막힌다. 평시에 주변과 내면을 관찰하고 주시한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면 버거운 작업이다. 책 한 권 분량으로 엮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작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전편과 비교하자면 은 집중도에서 에 미치지 못한다. 이 책이 부실하다기보다 전편의 감동이 워낙 컸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한 글자'지만 여러 의미를 가진 단어들의 산만함 때문..

읽고본느낌 2019.07.24

악마의 백과사전

'OO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들이 있다. 상식의 위선을 까발리며 말 이면에 숨어 있는 솔직한 의도를 드러내 준다. 만화가 박광수 씨가 펴낸 도 같은 류의 책이다. "그래,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다. 책에 나온 단어의 새로운 해석을 옮긴다. -------------------------------------------------------------- 가난 貧困 poverty 사람마다 기준과 정의가 다른 지갑의 무게. 일반적으로 지갑의 품질과 관계가 없으며 용모나 인생관, 인격따위와도 크게 연관이 없다. 가발 假髮 wig 철든 사람이 타인에게 함부로 맨살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기에 큰돈 주고 구입하는, 인체..

읽고본느낌 2012.08.09

마음사전

사람을 지성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면난 지성적인 쪽에 속한다고 해야겠다. 이제껏 살아온 길이 그러했다. 감성은 애써 무시했고, 오직 이성만이 믿고 따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애초 감성이 발달하지도 않았지만,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감성의 감촉은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나 자신이 점점 감성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감성의 미묘한 촉감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고, 불분명하긴 하지만 감성이 가리키는 길에서 빛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긴다. 사람에게 존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양면성이 바로 지성과 감성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하나는 얼음처럼 차갑고, 하나는 섬세하며 따스하다. 하나가 부성적이라면, 하나는 모성적이다. 지성이 산문이라면, 감성은 시다. 지..

읽고본느낌 2008.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