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악마의 백과사전

샌. 2012. 8. 9. 17:08

'OO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들이 있다. 상식의 위선을 까발리며 말 이면에 숨어 있는 솔직한 의도를 드러내 준다. 만화가 박광수 씨가 펴낸 <악마의 백과사전>도 같은 류의 책이다. "그래,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다.

 

책에 나온 단어의 새로운 해석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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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貧困  poverty

사람마다 기준과 정의가 다른 지갑의 무게. 일반적으로 지갑의 품질과 관계가 없으며 용모나 인생관, 인격따위와도 크게 연관이 없다.

 

가발  假髮  wig

철든 사람이 타인에게 함부로 맨살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기에 큰돈 주고 구입하는, 인체 일부를 중점적으로 위장하는데 쓰이는 가리개.

 

가치  價値  value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더 빛을 발하는 것.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사거리의 교통경찰 아저씨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라면 속의 떡처럼, 무인도에서의 불티나 라이터처럼.

 

거울  鏡  mirror

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친한 척해야 하는 생활도구. 이 세상이 나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 주지만 이따금 이 세상이 나 혼자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만드는 난폭한 기질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거짓말쟁이  gura people

입이 돌아가는대로 랜덤으로 말하는 구라계의 저널리스트.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기에 기억력이 비상하지 않는 한 결국 자신이 뱉은 말로 자기 손발을 묶는 불행한 사람.

 

건망증  健忘症  amnesia

태어날 때 세상에 가져온 게 아무 것도 없으므로 다시 하늘로 돌아갈 때 역시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뭔가를 계속 소유하려고 집착하는 행위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

 

걸레  dust-cloth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약한 타월이나 러닝셔츠, 내복 따위의 파란만장한 종말을 뜻함. 이후 개과천선하여 세상을 닦는 역할을 맡게 되었으나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비아냥거림에 늘 상처받고 있다. 이따금 찬밥 더운밥 안 가리고 함부로 나대는 인간을 비하할 때도 쓰인다.

 

공부  工夫  study

부모님이 낳아주신 대로 살기엔 자신에게 너무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반드시 도전하게 되는 처세술의 한 방법,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거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언  金言  wise-saying

지혜로운 사람이 1,000페이지짜리 책에 담긴 내용을 당장 집어먹기 좋게 단 한 줄로 요리해 놓은 말. 너무 멋진 말이어서 온전히 내 것으로 삼기엔 힘이 들지만 가끔 사람들 앞에서 구사하면 제법 유식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으니 몇 대목 외워두고 필요할 때 사용하면 효과 100%.

 

기적  奇跡  miracle

만족할 수 없는 현쟁에 대한 실망 탓에 꿈속에서나마 그리는 신기루. 이따금 현실에서 실제로 만날 수 있기도 하지만 살면서 주변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꿈  夢  dream

내가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밀고 가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꿈이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 전에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자기 것인 양 믿고 산다.

 

꿍꿍이속  secret intention

벅찬 상대와의 기싸움에 이기기 위해 남몰래 두뇌 속 가속페달을 밟는 일. 두뇌 회전 속도에 따라, 그리고 핸들의 방향에 따라, 대박이냐 쪽박이냐가 결정되므로 신중을 요한다.

 

나이  齡  age

인간이 세상에 나올 때 신으로부터 나눠받은 번호표. 문제는, 번호표 순서대로 철이 드는 게 아니라는 것. 더 심각한 문제는, 번호표 순서대로 세상을 떠나지도 않는다는 것.

 

낙장불입  落張不入

'밤일낮장'과 더불어 타짜들에게는 거의 헌법이나 다름없는 불문율.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의 교훈을 담고 있는 사자성어로, '인과응보'와 동의어로 쓰인다. 이를 어기고 패를 돌려달라고 칭얼댈 경우 형편없는 인간 취급을 받게 되므로 특히 명심할 일이다.

 

낚시  釣  fishing

한쪽엔 인간이라는 동물이, 반대편엔 물고기라는 또 다른 동물이 누가 더 인내심이 강한지를 놓고 벌이는 시간과의 전쟁. 대부분 물고기가 이기지만, 가끔은 성질 급한 놈들이 함부로 설치다가 인간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하기도 한다. 이를 엄청난 승리로 여긴 강태공들의 구라 섞인 과장광고가 다른 강태공들을 낚시터로 불러들인다.

 

내일  來日  tomorrow

젊은이에게는 너무 멀고 노인에게는 너무 가까운,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동의어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김없이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미지의 시간.

 

노가다  土方

인생의 제반 문제를 머리보다는 몸으로 대처하는 사람. 투자비용이나 내용에 비해 결과가 크지 않으며, 그대로 계속했다가는 골병들기 딱 좋은 직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따금 책상머리에 앉아 골머리를 앓는 것보다는 속편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능력  能力  capacity

사장이 사원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자신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지적, 육체적 힘.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기에 스스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엔 여지없이 가망없는 인간으로 매도된다.

 

다이어트  食餌療法  diet

식생활에서 지나치게 방종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려온 인간 광고판이 뒤늦게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급히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광고지들을 떼어내는 행위.

 

달력  月曆  calender

1년이 단지 365일로만 한정되어 있다고 믿는 비관주의자들이 벽에 걸고 보는 종이시계. 반면에 낙관주의자들은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희망을 본다. 학생들이나 직장인들로 하여금 '빨간 날'만 목 빠지게 찾게 한다는 점에서 색맹을 촉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함.

 

달인  達人  master

하나의 막대기를 땅속에 박아 마침내 지구 반대편까지 관통하기에 이르렀다는 공통점을 가진, 말뚝박기의 귀신들을 이르는 말.

 

담배  煙草  tobacco

주위 사람들의 온갖 불길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버리지 못하는 첫사랑. 1월 1일이나 삼일절, 광복절 같은 국경일을 기해 금연을 선언하는 촌스러운 사람일수록 작심삼일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괴테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담배 끊는 일이다. 왜냐하면,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은 더 끊겠다고 결심하니까!"

 

도둑  盜賊  thief

세상의 모든 밥그릇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무 식탁에나 솓가락을 들이미는 종족. 가끔은 과년한 딸년이나 장성한 아들을 지칭할 때 쓰이기도 한다.

 

도루묵  a kind of sandfish

'말짱'과 짝으로 이루어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로 표현되면 오랫동안 공들인 일이 원점으로 귀결되어 본전도 못 찾게 되었음을 한탄스럽게 표현하는 뜻이 된다. 비슷한 표현으로 '도로아미타불'이 있다.

 

독종  毒種  a cold blooded

가난해서, 못 생겨서, 무식해서, 기회가 없어서 끝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또 다른 이름.

 

독촉장  督促狀  reminder

카드대금을 연체했을 경우, 기한 내에 내지 않으면 '죽음'이라고 알리는 공개 협박편지.

 

동창회  同窓會  alumni association

시간이 사람을 얼마나 변하게 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인간 품질 전시회.

 

돼지  豚  pig

인간에게 바치는 희생에 비해 터무니없이 푸대접을 받는 동물. 비슷한 대접을 받는 동물로 개가 있지만, 애완견은 있으되 애완돼재는 없으므로 동물세계에서도 서열이 제일 낮다. 이것이 바로 사람에게 '돼지 같은 놈!'이라고 했을 경우, '개 같은 놈!'과 더불어 최대의 욕이 되는 이유다.

 

DNA  deoxyribonucleic acid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라는 야유와 조롱에 상처받을 적마다 '나는 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한탄하며 출생의 비밀에 의문을 품을 때, 내가 지금의 나일 수밖에 없음을 단호하게 말해주는 명백한 물증.

 

디자이너  designer

상상의 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풍경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 가끔 보통사람이 도저히 알아먹지 못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무식하다며 비웃는 습관이 있다.

 

로또  lotto

바다 한가운데서, 아무 데나 돌맹이을 집어던져 고래를 기절시킬 정도로 희박한 확률에 도전하는 일. 혹은 일주일동안 행복해지기 위해 돈 쓰며 하는 자위행위.

 

로봇  robot

세상에 남자와 여자, 단 두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은 과학자들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여 만든 제 3의 인간.

 

룸살롱  room salon

술값에 빈정거림, 추태, 뒷담화, 잘난 척, 있는 척, 자기자랑 같은 온갖 번잡스런 행동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조항이 포함되기 때문에 다른 술집보다 엄청 비싼 곳.

 

리더십  leadership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반드시 지녀야 할 미덕에 대해, 이론가들이 책에 저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잡소리.

 

마음  心  mind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조차도 모르는 내 몸속의 의문부호.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부호의 실체를 알기 위해 연구해 왔으나 너무도 변화가 무쌍해서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는 공포의 전설을 가지고 있다.

 

마이너리그  minor-league

기량은 2급이지만 인간은 결코 2급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있는, 비상의 희망과 추락의 절망이 공존하는 그들만의 리그.

 

망각  忘却  oblivion

평생동안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전부 기억하기에는 뇌의 용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에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기억 여과기술. 수험생에게는 고통, 사장에게는 핑계, 정치인들에게는 습관, 어른에게는 노쇠의 증거, 그밖에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뜻밖의 안락을 가져다주느 특이한 뇌 작용.

 

면허증  免許證  licence

어떤 개인에게 실생활에서 해도 된다는 것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구분해주려고 국가기관, 또는 그에 버금하는 단체가 발부한 신뢰할 만한 종이쪽지. 수억 원의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 평생을 먹여 살리는 종이도 있지만, 이따금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들이 출몰하여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혼동시킨다.

 

명품  名品  brand-name product

품질은 짝퉁이라 불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격만큼은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는 옷이나 가방, 시계 따위를 말함. 간혹 큰돈을 지불하고 명품을 소유하면 그 물건을 소유한 자신을 명품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환각제의 일종.

 

목욕탕  沐浴湯  public-bath

'까놓고 얘기해서, 인생 뭐 있어? 홀딱 벗으면 다 똑같은 거지!' 하며, 객기 충만한 만민평등사상을 확인하기 위해 보통사람들이 이따금 들르는 곳.

 

미덕  美德  virtue

헤어지는 여자친구에게 그동안 건네준 선물을 돌려달라고 윽박지르지 않는, 조폭이 상대방의 때린 곳을 또 때리지 않는, 동생에게 옷이 물려 내려가지 않게 치명적인 흠집을 내어주는, 중국집 주인이 자장면을 배달할 때 단무지를 조금 더 챙겨 넣어주는, 그러저러한 일련의 아름다운 행위.

 

미래학자  未來學者  futurelogist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일을 그럴듯한 통계자료를 곁들여 예측하는 몽상가. 미래의 그때가 되면 그는 물론이고 당대의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므로 책임 추궁을 할 수 없어 가장 자유로운 '구라맨'으로 평가받는다.

 

믿음  信  confidence

어떤 사실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건 관계없이 자기만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여기는 마음. 인간은 본성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믿지만 그럴듯하지 않는 것은 절대 믿지 않기 때문에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다.

 

밑천  seed money

일생일대의 거사를 치르기 위해 통장에 깊이 짱박아둔 목돈. 대개 갑부가 아닌 아버지 탓에 개고생을 하며 모은 돈이다.

 

배려  配慮  consideration

누구나 충분히 갖고 있다고 스스로 믿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가장 인색해지는 것. 그래서 어떤 이들은 진정한 배려란 용기와 동의어라고 말한다.

 

번데기  chrysalis

살아서는 비단 옷감으로, 죽어서는 술안주로, 장르를 넘나들며 인간에게 몸 바쳐 봉사하기로 마음먹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희생정신 만땅의 생물.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다가 큰 코 다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난 뒤로 애주가들이 기피하는 바람에 골뱅이한테 술안주의 왕좌를 내주로 절치부심하고 있음.

 

변기  便器  toilet bowl

인간이 몸 밖으로 쏟아내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홀대받는 배설물을 먹고 산다. 주인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보고서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다.

 

불행  不幸  unhappiness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느껴지는 열등감에서 파생되는 쓰라린 감정.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사랑  愛  love

병이 시작된 환경으로부터 반드시 격리시켜야만 고칠 수 있는 일시적인 정신병. 종종 이 병을 섹스와 구분하지 못하는 멍청한 남자들이 있다.

 

사춘기  思春期  puberty

10대 초중반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났다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흔적없이 사라지는 가슴앓이의 일종. 온갖 잡다한 생각으로 돌연 집을 나섰다가 딱히 갈 곳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는 돌아오게 되는 일련의 방황 과정을 이룬다. 이 시기를 계기로 부모는 빠른 속도로 늙게 되지만 아이들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새끼손가락  小指  little finger

약속의 다짐, 아직은 드러낼 수 없는 비밀스런 연인, 오래 담근 간장이나 된장의 맛보기 등에 사용하는 인체기관. 특이하게도 코딱지와 친하다.

 

샐러리맨  salaried-man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 영혼을 내던진 육탄용사들. 자신은 회사를 위해 100점 만점에 200점짜리 일을 하는데도 50점짜리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늘 투덜대지만, 반면에 경영자들은 100점 만점에 50점밖에 일을 못함에도 200점의 급여를 지출한다며 항상 투덜댄다.

 

성공  成功  success

누구나 그렇게 되기를 꿈꾸지만 결국 극히 제한된 몇 사람의 몫으로만 한정되는 인생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일의 하나. 또는 나보다 못한 인간이 몇 발짝 앞서가 마침내 정상에 올랐을 때, 그의 표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만족감의 다른 표현.

 

성형외과의사  成形外科醫師  plastic surgeon

아무리 뜯어봐도 견적이 나오지 않은 불량품을 메스 하나로 간단히 진품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 이따금 멀쩡한 상품을 최고 명품으로 변신시켜주겠다고 감언이설을 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더 불량한 제품으로 만들어놓아 비탄에 빠지는 사례도 있으니 주의를 요함.

 

성희롱  性戱弄  sexual harassment

여자를 단지 섹스 파트너로 여기는 남자가 아무 때나 침을 흘리며 발산하는 수컷 특유의 감탄부호. 하지만 흥분은 잠시 결과는 가혹하니 남자들이여, 부디 자제하라.

 

술  酒  drink

누구나 처음엔 행복을 가져다주는 약이라고 생각하고 마시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약으로 작용하는 액체. 과도하게 마시면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정신착란 증세까지 유발한다. 특히 낮에 먹는 술을 조심해야 하는데, 낮술에 취하면 에미 애비도 몰라본다는 속담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음.

 

술집  酒店  pub

인생이라는 에베레스트산을 오를 때, 단번에 오를 수 없음을 안 선각자들이 요소요소에 설치해 놓은 베이스캠프.

 

스트레스  stress

마음속 깊이 스며든 일상의 먼지. 처음엔 잘 보이지 않지만 너무 많이 쌓이면 어떤 청소도구로도 사라지지 않아 인체에 쓰레기 초만원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켜 인생 폐업신고를 해야 한다.

 

신념  信念  belief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아니면 말고!'의 정신상태. 전혀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게 낫지만 너무 과도하면 이단종교를 광신하는 미친놈 취급을 당할 수도 있으니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신문  新聞  newspaper

세상이 보이는 것만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사실을 퍼뜨리려고 펜대 하나 들고 설치는 집단이 세상에 뿌리는 종이쪼가리. 그런데 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완장을 찼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실패  失敗  failure

세상살이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 신이 인간에게 자주 던지는 물음표. 특이한 점은, 하나의 답만 잘 고르면 되는 사지선다형이 아니라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주관식 문제이기 때문에 예습과 복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싸가지  good-omen

살면서 한 인간이 반드시 가져야 할 기본적 자질을 보고 판단하는 그의 장래성을 일컫는 말. 일짜감치 싸가지를 말아먹고 눈치코치 없이 세상에 함부로 박치기하는, 그러면서도 천지개벽을 해도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막장 인생을 흔히 '싸가지 없다'고 한다.

 

씨봉  c-bong

나이가 들어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할 때, 그 모든 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던 것임을 깨닫는 순간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욕과 유사한 신음의 일종.

 

18  eighteen

좌절, 패배, 실망, 한탄, 억울함, 짜증, 복수, 후회, 열등감, 자기비하 등 삶의 온갖 부정적 사건에 따르는 비참한 심정을 나타낼 때 두루 쓰이는 말. 한때 남녀관계의 숭고한 행위를 과도하게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에서 속된 말로 배척했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남녀노소 신분지위 여부를 막론하고 아무 때나 격의 없이 내뱉는 가벼운 감탄사 정도로 받아들여질 만큼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부  阿附  flattery

나약한 자가 필요할 때마다 윗사람에게 사용하는 최고의 처세술.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악셀보다 고난도 기술을 요한다. 내가 직접 행하기보다 남이 나에게 해주는 편이 훨씬 기분 좋다.

 

아뿔싸  oops!

무슨 일을 저지르고 때늦은 후회를 하지만 남들이 알면 안 되기에 아무도 모르게 혼자 내뱉는 가벼운 반성의 탄식. 너무 남발하면 적에게 나의 나약함을 들킬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크게 내뱉지는 말아야 한다.

 

엑스트라  extra

현실의 밥을 위해 꿈속의 비프스테이크에 배부른 사람들. 누구나 주연이 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주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인생의 쓴맛에 익숙해지려고 애를 쓴다는 점에서 철학자에 가깝다.

 

여드름  pimple

마침내, 기어코, 드디어, 결국, 한 인간에게 고통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이마와 뺨 등에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청춘의 메시지.

 

연예인  演藝人  entertainer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맘껏 이름과 얼굴을 알리겠다고 그렇게 오랜 세월 안달복달하고는, 막상 유명인이 되자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는 일에 피곤을 느끼며 무대 뒤편으로 꽁꽁 숨는 다중인격의 종족들. 실제로 대중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금세 서글픔을 느끼며, 증세가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연하  年下  juniority

역사적으로 고령의 미혼남성들 사이에 항상 인기가 있어온 나이 어린 여자와 그에 질세라 최근 들어 고령의 미혼여성들도 부쩍 팔을 걷어붙이고 찾고 있는 나이 어린 남자를 결혼상대로 정할 때, 그를 예술적으로 품격 높게 부르는 말.

 

예술  藝術  art

8등신 여성의 S라인 모매, 울 엄니의 된장찌개, 비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 한 잔, 가수 비의 초콜릿 복근 등 나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세상의 많은 것들.

 

오빠  girl's elder brother

젊었거나 늙었거나 가리지 않고 여자들이 손위 남자들을 친근감 있게 부르기 위해 만들어내 신조어. 결혼한 여성이 남편을 부를 때도 남발되는 등 너무 광범위하게 쓰여 가족제도의 숭고한 의미를 깨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우정  友情  friendship

사막의 신기루처럼 분명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나 명문화하는 걸 두려워한다.

 

은퇴  隱退  retirement

살아오면서 받은 수많은 무공훈장에도 불구하고 삶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인생이란 이름의 연극에서 가장 우울한 하이라이트. 앞으로 연극의 결말을 자기 스스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결론이 희극과 비극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

광활한 우주에서 지식을 가진 생명체가 지구에 사는 우리뿐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외로운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지어낸 진실, 혹은 거짓.

 

이기주의자  利己主義者  egoist

세상의 모든 곳에 말뚝을 박아놓고는 이곳이 내 땅이라고 우기고 싶어 하는, 지구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집의 제왕.

 

인연  因緣  relation

하필이면, 기필코, 끝내 그렇게 된 사람들의 단초.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인연은 운명이라 부르고, 자신에게 불리한 인연은 악연이라 부른다.

 

일반상식  一般常識  common sense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지식의 범위. 이따금 취직을 위한 시험에서 몰상식한 출제자가 전혀 일반상식이 아닌 문제들을 내놓으며 극히 상식적인 사람들을 곤란에 빠뜨리거나, 온몸으로 상식을 보여줘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그것으로 밥 말어먹는 경우도 있어 날이 갈수록 상식의 진정한 범위가 혼탁해지고 있다.

 

자존심  自尊心  pride

나는 네가 아니라 나 자신임을 깨닫는 데 필요한 정신적 자세. 내 잘난 맛에 사는데 네가 왠 참견이냐고 항변할 때 가장 먼저 들이대는 말. 가끔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임자를 만나 된통으로 당하는 수가 있으므로 때와 장소를 구분할 필요가 있음.

 

자포자기  自暴自棄  despair

자기 스스로 만들어놓았을 뿐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한계를 혼자 저주하며 철퍼덕 무릎을 꿇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께 항복문서를 제출하는 일.

 

전문가  專問家  specialist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지극히 하찮은 것들까지 소상히 알고 있지만, 그 밖의 것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

 

전화  電話  telephone

역사상 만들어진 발명품 중에서 가장 번식력이 왕성한 생활필수품. 최근에 스티브 잡스에 의해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갖고 있는 역할에 비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전화벨만 울리면 하나같이 만사 제쳐놓고 수화기를 집어 드는 것일까?

 

정치인  政治人  politician

세상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만난 온갖 인간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배운 뒤, 그것을 한층 발전시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하는 이기주의자들.

 

조폭  組暴  gang

나름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저항정신으로 똘똘 뭉쳤다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자기 이익에 대한 참을 수 없이 무한한 탐욕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법으로 밥 먹고 사는 대댜수 사람들과 맞장을 뜨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은 음지식물.

 

진심  眞心  the truth of one's heart

어른이 길을 걷다가 돌부리 따위에 걸려 넘어질 때 내지르는 '어이쿠!' '에쿠!' 따위의 의성어들을 말함. 그거야말로 자신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는 가장 솔직한 표현이니까.

 

징집영장  徵集令狀

살면서 거의 유일하게 한 남자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국가 공인 가출명령서. 이로써 남자는 '진짜 사나이 자격증'을 발급받기 위해 6주 동안의 입문과정 합숙소로 직행한다.

 

짝퉁  模造品  imitation

본질의 천박함을 외형의 화려함으로 감추고 있는 구라계의 대표선수. 이들 중에도 등급이 있어 '진짜 같은 가짜'는 A급, SA급, 커스텀(custom)급으로 분류된다.

 

쪽박  small gourd

'동냥은 못 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는, 놀부 마누라를 향한 흥부의 처절한 항변에서 유래된 피눈물 자욱한 찌질이 궁상의 상태.

 

책  冊  book

글자를 깨알같이 수놓은 수면제. 그밖에도 베개, 라면냄비 받침대, 화가 날 때 돌멩이나 야구공 대신, 처음 만난 여인에게는 유식함을 나타내는 액세서리로, 아무튼 종이로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용도가 다양한 물건이다. 하지만 역시 참삶의 길을 묻는 자에게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의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제일 좋은 것.

 

철학  哲學  philosophy

확실한 실체가 없어 보통사람은 거의 이해하기 어려운, 좀 유식하다고 자부하는 먹물들이 입만 열면 밥보다 필요하다고 외치는 무엇. 철학이고 나발이고 배만 부르면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일정한 위치에 오르게 되면 뒷짐을 진 채 혀를 끌끌 하며 내뱉는 헛소리.

 

첫사랑  初戀  first-love

인간관계 중에서,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도 지나치게 아름답고 순수하게 포장된 기억의 편린.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흔한데, 기억의 과장으로 인해 가슴에 깊이 박히는 파편이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통증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고질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충동구매  衝動購買  impulse-buying

방금 전까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으나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마음속 불길의 지시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되는 행위. 물건은 그렇다 치고, 결혼을 충동구매로 했다가 일찍 인생을 종치는 사람도 많으므로 주의를 요함.

 

카바레  cabaret

한겨울에도 절대 강남으로 이동하지 않고 사시사철 춤판을 돌아다니며 먹잇감을 찾는 인간 철새들의 은신처. 얍삽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파트너를 배려하고 유혹하는 춤 솜씨가 더 유용하다고 믿는 '댄신 킹'들의 접선 장소이다. 잘못 걸리면, 제비 다리가 부러지는 게 아니라 파트너의 인생 자체가 뚝 부러질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코미디언  戱劇俳優  comedian

타인을 웃기는 사람이면서도 자신은 우스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눈물로 밥을 말아먹는 아주 특별한 종족.

 

탄생  誕生  birthday

'태어난 날'을 유식하게 표현하는 말. 마침내, 드디어, 기어코, 그러나, 어찌 되었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누군가에게는 지옥에 떨어진 날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천국에 들어간 날로 기억되는 날.

 

통장  通帳  bank book

어떤 사람에게는 내일이 오늘처럼 힘들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는 건강진단서. 하지만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그 모양 그 꼴로 살다가는 개고생을 면치 못할 거라고 꾸짖는 경고장.

 

푼수  senseless

'주책'의 동의어. 단위가 '바가지'로 표시되는 인간 정신상태의 무게와 질량이 한참 모자랄 때를 표현하는 말. 가령 '그런 짓을 하다니 푼수다'라고 할 경우, 줏대 없이 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인간을 야유하는 표현이 된다. 여기에 바가지를 붙여 '주책바가지'로 칭할 때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해서 도저히 회복불능의 인간이라는 뜻이다.

 

플레이보이  playboy

여자가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기보다, 먼저 내가 여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남자. 여자의, 여자를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고민하면서 그 결과물들을 일상에 적극 반영하는 실천주의자. 이따금 임자를 잘못 만나면 뺑이를 칠 때도 있으나, 그럼에도 '치마을 입은 인간'과는 평생 끈끈한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소신을 버리지 않는다.

 

하루  一日  day

0.000033의 날. 인간 수명을 평균 82.5세로 보았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총량은 '365*82.5=30,112일'이다. 결국 오늘 하루는 '1/30,112=0.000033'의 날이다. 0.0033%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지극히 사소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시간을 금가루처럼 소중하게 사용한다. 미세한 금가로 입자들이 모여 거대한 보석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학교  學校  school

겉으로 내세우는 것에 비해서는 결과가 가장 시원치 않은,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종교집단. 진리탐구, 전인교육, 인격도야, 100% 취업 등 온갖 미사어구를 남발하며 어리석은 중생을 유혹하지만 결국 하는 일은 졸업장 발급이 고작인데, 그것마저도 사회라는 고속도로에서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 때가 많다.

 

행복  幸福  happiness

어떤 과학자에 의해서도그 정체가 제대로 파악된 적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수학문제. 역사상 무수한 사람들이 실체를 알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끝내 본색을 드러내지 않아 지구상 몇 안 남은 숙제가 될 확률이 높다.

 

호박꽃  pumpkin-flower

다른 많은 꽃들이 다양한 색깔로 승부할 때, 단지 하나 노란색만 고집하는 심성으로 보아 현모양처 기질이 다분함에도 외모지상주의를 반영하는 '호박꽃도  꽃이냐?'라는 조롱에 시대를 초월해서 화류계에서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고독한 존재. 흔히 외모보다는 내면의 가치로 승부하는 여자에 비유되는 꽃으로, 비슷한 처지로 '할미꽃'이 있음.

 

확신  確信  a definite fact

결국 네가 내 뒤통수를 칠 거라는 사실.

 

후회  後悔  regret

아무리 일찍 해도 너무 늦어버린 과거의 잘못. '후회'할 때는 땅을 치지만 '반성'할 때는 가슴을 친다는 점에서 다르다. 반성을 거듭하면 발전을 기약할 수 있지만 후회를 반복하면 바보 취급을 당할 수 있으니 너무 잦은 후회는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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