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인천시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에 있는 소사나무숲을 보면서 시의 그 구절이 떠올랐다.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비틀리고 굽고 한 쪽으로 누운 나무들을 키운 건 팔할 이상이 바람이었다. 대부도에 간 길에 일부러 영흥도까지 나가 보았다. 십리포에 있는 소사나무숲을 보기 위해서였다. 5년 만이었다.그러나 이번에는 겨울 칼바람에 잠시 서 있기도 힘들었다. 겨우 사진 몇 장 찍고 뒤돌아나왔다. 척박한 모래밭에서 이런 매운 해풍을 맞으며 100년 이상의 삶을 살아온 이 나무들의 생명력은 도대체 얼마만큼 질긴 것일까? 섬사람들은 해풍을 막기 위해 바닷가를 따라 소사나무를 심었다. 다른 나무도 심었지만 다 죽고 결국 소사나무만 살아 남았다. 130년 전 일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