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3

퉁 / 송수권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었지요. 제삿날 밤 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고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 확, 비틀었지요. 온 얼굴이 뻘물이 튀더라고요. 그쪽 말로 그 맛 한 번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도 남도 시인 - 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 있는 사랑.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하는 거 아니래요. 그건 고양이가 제..

시읽는기쁨 2014.08.13

새며느리밥풀

며느리밥풀에는 꽃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 애기며느리밥풀, 털며느리밥풀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새며느리밥풀은 꽃은 다른 것과 대동소이하나 잎이 피침형으로 길고 뾰족한 게 특징이다. 한국 특산종으로 깊은 산중에서 자란다는데, 지난 번 도봉산에 오를 때 이 꽃을 만났다. 이름에 얽힌 전설 때문일까, 며느리밥풀 종류를 보면 애처롭고 안스럽다. 수많은 세월 동안 이어져 온 눈물과 인고의 세월이 저 넘어가지 못한 밥알 두 개에 들어 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이 꽃 전설을 들으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날씨 보러 뜰에 내려 그 햇빛 너무 좋아 생각나는 산부추, 개망초, 우슬꽃, 만병초, 둥근범꼬리, 씬냉이, 돈나물꽃 이런 풀꽃들로만 꽉 채워진 소군산열도, 안마도 지나 물길 백 리 저 송이섬에 갈까 그 ..

꽃들의향기 2009.09.04

뻘물 / 송수권

이 질퍽한 뻘내음 누가 아나요 아카시아 맑은 향이 아니라 밤꽃 흐드러진 페로몬 냄새 그보다는 뭉클한 이 질퍽한 뻘내음 누가 아나요 아카시아 맑은 향이야 열 몇 살 가슴 두근거리던 때 이야기지만 들찔레 소복이 피어지던 그 언덕에서 나는 비로소 살냄새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여자도 낙지발처럼 앵기는 여자가 좋고 그대가 어쩌고 쿡쿡 찌르는 여자가 좋고 하여튼 뻘물이 튀지 않는 꽹과리 장고 소리보단 땅을 메다 치는 징 소리가 좋아요 하늘로는 가지 마.... 하늘로는 가지 마.... 캄캄하게 저물면 뒤늦게 오는땅 울음 그 징 소리가 좋아요 저물다가 저물다가 하늘로는 못 가고 저승까진 죽어 갔다가 밤길에 쏘내기 맞고 찾아드는 계집처럼 새벽을 알리며 뒤늦게 오는 소리가 좋아요 - 뻘물 / 송수권 아련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시읽는기쁨 2008.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