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 세 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마다 비슷한 변변찮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집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한번에 먹자 하니 입 속이 먼저 짜고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데 나머지 한 장을 떼내어 주려고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런 게 식구겠거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내 식구들의 얼굴이겠거니 - 식구 / 유병록 식구(食口)라는 단어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사람을 '먹는 입'으로 표현한 것이 인간의 체통을 깎아내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옛날에는 먹는 것이야말로 제일 중차대한 일이었을 것이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면 사람이 '먹는 입'으로밖에 보일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