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2

어떤 진보주의자의 하루 / 신동호

오전 여덟 시쯤 나는 오락가락한다. 20퍼센트 정도는 진보적이고 32퍼센트 정도는 보수적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막둥이를 보면 늘 고민이다. 늘 고민인데 억지로 보내고 만다. 정확히 오전 열 시 나는 진보적이다. 보수 언론에 분노하고 아주 가끔 레닌을 떠올린다. 점심을 먹을 무렵 나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배고플 땐 순댓국이, 속 쓰릴 땐 콩나물해장국이 생각난다. 주식 같은 건 해 본 일 없으니 체제 반항적인 것도 같은데, 과태료나 세금이 밀리면 걱정이 앞서니 체제 순응적인 것도 같다. 오후 두 시쯤 나는 또 오락가락한다. 페이스북에 접속해 통합진보당 후배들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새누리당 의원의 글을 읽으면서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41퍼센트 정도는 진보적이고 22퍼센트 정..

시읽는기쁨 2022.08.03

세월의 쓸모

학교 동기를 만나면 의레 옛날이야기가 나온다. 공유하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지 모른다. 이런 감정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진해진다. 동기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50년대와 60년대에 유소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같은 추억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각자가 경험한 공간은 다르지만 시기의 겹침이 정서적 유대감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추억은 팍팍한 현실을 견뎌내는 힘이 되어준다. 이 책 제목이 말하는 '세월의 쓸모'도 아마 그런 뜻이리라. 지은이인 신동호 시인은 춘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장소는 달라도 시인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를 만나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낡은 것, 지나간 것에 대한 향수가 살아난다. 시인의 말처럼 과거를 추억하다 보면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불..

읽고본느낌 201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