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3

연초록에 젖다

유리창 밖으로 잠시 봄햇살이 환하다. 아침에는 비까지 뿌렸고 아직도 먹구름이 군데군데 하늘을 덮고 있다. 숨바꼭질 하듯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햇님이 그래서 더 반갑고 눈부시다. "아, 이런 날은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저두요. 저두요." 얌전히 앉아 있던 이쁜이들이 혼잣말을 알아듣고는 개구리들처럼 한 목소리다. 컴퓨터를 닫고 일찍 사무실을 나선다. 이럴 때는 옆에 한강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윤중로에는 벚꽃비가 내린다. 바람이 꽃비를 소나기처럼 날리게 한다. 연초록을 찾아 샛강으로 내려간다. 꽃보다 더 고운 것이 지금의 나뭇잎 색깔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귀엽고 이쁘고 아기자기하다. 젖 비린내 나는 뺨을 깨물어주고 싶고, 꼭 껴안고 잠들고 싶어진다. 두 시간 ..

사진속일상 2010.04.24

신록

신록의 계절이다. 이양하의 '신록예찬'에서 신록을 유년과 장년과 노년으로 나누었는데 아마 지금의 신록은 유년과 장년의 사이쯤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른 봄, 이제 막 나무에서 새 잎이 나온 직후의 연한 연둣빛 색깔을 좋아하지만 지금처럼 아직 녹음에 이르기 전, 연초록의 빛깔이 나무를 감싸고 그래서 온산이 초록 물감으로 뒤덮인 이 때도 좋다. 사람으로 치면 파릇파릇한 십대의 모습일 것이다. 확실히 신록에는 사람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는 묘한 힘이 있는 듯하다. 지난 주말에 고향을 다녀오며 대둔산에 들렀다. 나이가 들어서 찾는 고향은 이미 예전의 고향이 아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많은 것들이 낡고 허물어지고, 어릴 적 동무들은 그 자리에 없고, 연로하신 부모님은 병과 세월의 무게 앞에서 힘들어 하신다. ..

사진속일상 200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