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뒤에 이곳은 성지가 될 것이다 아파트 이 장엄한 유적에 눕기 위해 고된 노동과 아픈 멸시를 견뎠노라고 어느 후손은 수위실 앞에서 안내판을 읽을 것이다 관광 책자에 찍혀 있을 나의 유골을 구겨 쥐고 관리비 내러 갔던 관리소 종교인들이 층층이 잠들었다는 로마의 카타콤 성스럽게 북벽을 차지하고 걸린 사진처럼 하루는 아침 변기에 앉아 몇 미터 높이와 몇 미터 간격으로 차곡차곡 손을 늘어뜨리고 볼일을 보고 있을 아파트 주민들을 생각했다 박해의 축복처럼 뿌려지는 태양 가루 돌의 사막을 나서는 숫낙타의 갈라진 발톱과 마른 혓바닥을 닮은 여인의 얼굴 모래알을 씹는 아이들이 몸마다 칸칸이 멸망을 분양하고 사는 카타콤에 밤이 온다 구름과 구름 사이에 만찬이 차려지고 간곡함을 거룩함으로 옮겨놓는 시간의 낱장들이 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