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
다른 데는 말고 꼭 저기 폐염전 옆구리에 걸치는
노을 만 평 갖고 싶다
그러고는 친구를 부르리
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날을 만한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
노을 만 평 사다가
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
- 노을 만 평 / 신용목
요사이 너도 나도 달려드는 아파트가 아니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서해 바다의 노을 만 평쯤 갖고 싶다.
누구도 사려고 하지 않는, 돈이 되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차라리 바보 같은 거래를 하고 싶다.
그리고 바보같은 친구 두어 명이 더 있다면 좋겠다.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그것이 재산목록 1호인 친구, 그런 친구가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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