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노을 만 평 / 신용목

샌. 2006. 11. 29. 09:22

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

다른 데는 말고 꼭 저기 폐염전 옆구리에 걸치는

노을 만 평 갖고 싶다

 

그러고는 친구를 부르리

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날을 만한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

노을 만 평 사다가

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

 

- 노을 만 평 / 신용목

 

요사이 너도 나도 달려드는 아파트가 아니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서해 바다의 노을 만 평쯤 갖고 싶다.

누구도 사려고 하지 않는, 돈이 되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차라리 바보 같은 거래를 하고 싶다.

 

그리고 바보같은 친구 두어 명이 더 있다면 좋겠다.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그것이 재산목록 1호인 친구, 그런 친구가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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